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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화이트바이오 열풍]BGF, 유통미래 '썩는 플라스틱'서 찾는다편의점 밀접 '친환경 포장재' 성장성 눈독, 오너 2세 홍정혁 대표 총대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19 08:08:12

[편집자주]

유통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화이트바이오'를 주목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는 나무·사탕수수·옥수수 등 식물 자원을 원료로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같은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은 정부 환경 규제와 맞물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화학업계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식품·유통업계도 잇달아 참전하는 추세다. 친환경 소재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유통사 현황과 그들의 주력 사업 및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등을 거느리고 있는 BGF그룹은 뼛속부터 유통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BGF㈜가 시장의 이목을 끄는 것은 유통사업이 아닌 제조업 때문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PLA(Polylatic Acid)사업에 손을 얹었다. 그룹 내 작은 계열사 BGF에코바이오가 이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이끄는 주역이다.



'폴리젖산'으로도 불리는 PLA는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달리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의 식물에서 전분을 추출해 이를 플라스틱처럼 가공한 것이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PVC, 폴리스타이렌 등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이 소요되는 반면 PLA 소재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는 데 1년이면 충분하다.

BGF그룹은 왜 PLA 사업을 그룹을 견인할 차기 신사업 동력으로 선택했을까. BGF그룹이 '2차산업' 제조업을 주목한 것은 유통업계 대부분이 '4차산업'으로 알려진 이커머스 유관 영역에서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PLA, 유통 본업과 접점, 내년부터 플라스틱 규제 강화

BGF에코바이오는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차남 홍정혁 대표(사진)가 주도해 2019년 자본금 300억원으로 설립한 친환경 포장재 제조사다. 설립 직후 PLA 발포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 KBF㈜ 지분을 33억원에 인수하면서 생산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BGF에코바이오의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은 모회사의 편의점 본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플라스틱은 유통 과정 곳곳에 포장재로 활용되고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소분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 매대 곳곳에 놓인 상품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다. PLA는 컵라면 용기나 플라스틱 컵, 과일 포장지 등 기존에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으로 제조해왔던 포장재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친환경 산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4일 발표한 '플라스틱 생산·사용 감축 대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가 택배·배달 증가로 이어지면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이 급증하자 정부도 친환경 정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환경부의 최근 대책은 석유계 플라스틱 포장재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2050년에는 100%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로 전환하는 게 요지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면 유통업계 곳곳에서 대체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BGF에코바이오는 이 틈새 시장을 주목했다. 비대면 소비로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이커머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이 경쟁에서 파생되는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섰다.



◇9월 공장 준공 후 대량생산·영업 본격화…내부 수요도 풍부

PLA는 PHA(Polyhydroxyl Alkanoate)와 더불어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을 이끄는 핵심 소재로 일컬어진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생물 유기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원료와 분해 메커니즘에 따라 PLA, PHA, PBAT(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PBS(Poly Butylene Succinate), Starch blends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PLA는 석유계 플라스틱인 폴리스티렌(PS), PE, PP와 유사하다. 열과 수분에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면서 식품 포장재나 식기류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또 PHA와 비교하면 생산에 요구되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고 생산 비용이 저렴해 대량 생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BGF그룹은 이미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하기 수년전부터 친환경 포장 소재에 관심을 가졌다. ㈜BGF의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계열사 헬로네이처를 통해 2018년 배송업계 최초로 세척 후 재활용이 가능한 박스 '더그린박스'를 도입했다. 또 100% 자연성분으로 만든 아이스팩 '더그린팩' 등을 선보이는 등 실험적 시도를 지속했다. 친환경 사업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BGF에코바이오 설립으로 정점을 찍었다.

BGF에코바이오는 최근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설비 건립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작년 말 인천 청라 소재 생산공장 착공에 돌입해 오는 9월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준공 시점과 발 맞춰 B2B 영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BGF에코바이오 공장이 들어설 인천 청라 소재 천하이테크파크(IHP) 조감도

BGF에코바이오는 현재 KBF㈜가 보유한 화성 소재 생산라인에서 제조되는 PLA 포장재를 롯데푸드 등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 한계로 소규모 납품에 그치고 있다. 인천에 대량 생산설비가 완공되면 유통업계의 무궁무진한 친환경 포장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BGF에코바이오 인천 공장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수요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BGF에코바이오 핵심 연구인력들은 PLA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난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시트 등 다양한 상품 개발에 성공했다.

BGF에코바이오는 오너 2세 홍정혁 대표가 상당한 지분을 출자한 사업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통 기업들은 라면 포장재, 분유 뚜껑, 맥주캔 등 내부 일감을 수주할 수 있는 계열사를 만든 뒤 이를 키우는 방식을 승계에 단골로 활용해왔다. BGF에코바이오에 홍 대표가 직접 발을 담갔다는 점은 그룹 차원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 보고 있으며 육성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주요 사업회사 BGF리테일이 작년까지 자회사 BGF푸드를 통해 센트럴키친(CK)과 중앙물류센터(CDC) 등 자체 신선식품 제조라인 구축에 투자했다는 점도 향후 BGF에코바이오의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센트럴키친에서 생산되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 FF(프레시푸드)와 HMR(간편식) 상품은 필연적으로 포장재 수요를 예비한다.

BGF 관계자는 "에코 바이오 관련 산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모색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BGF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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