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페이퍼, 실적 하락에도 '배당 유지' 배경은 배당정책 미존재, 당기순익 흑자전환…오너일가 지분 보유 영향 관측도
유수진 기자공개 2021-04-19 13:22:08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6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도균 무림그룹 사장은 최근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지3사(무림페이퍼·무림SP·무림P&P)가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를 만나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낸 탓이다.작년 초 3사 대표이사에 올라 '3세 경영' 시대를 연 이 사장으로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외아들이자 창업주 이무일 선대회장의 손자다.
그 와중에 무림페이퍼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눈길을 끈다. 매출 감소 등을 감안해 배당 규모를 줄인 무림SP, 무림P&P와 다른 행보다. 무림페이퍼는 이 회장과 이 사장 등 오너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무림페이퍼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050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을 시현했다. 전년(4958억원·108억원) 대비 각각 18.3%, 23.1% 줄어든 금액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2.18%에서 2.05%로 낮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종이 사용량이 줄며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결과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19년 -18억원에서 2020년 31억원으로 흑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2억원에 달했던 기타비용이 2020년 5억원 밖에 되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그 외 당기순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금융수익이나 금융비용 등은 엇비슷했다.
앞서 무림페이퍼는 2019년 기계장치에 대해 손상 검토를 실시해 113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이를 손익계산서상 기타비용으로 처리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일회성 손실이 없어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업들은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에 따라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배당성향 등 기준을 정해두고 순이익 규모에 맞춰 주당 배당금을 책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무림페이퍼는 특정한 배당정책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의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일정한 규칙을 찾기 어렵다. 2017년 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을 당시 주당 25원씩 지급했지만 바로 다음해엔 73억원의 손실을 내고도 배당 규모를 두 배(주당 50원) 확대했다. 이때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주당 50원을 유지해오고 있다. 흑자전환에도 배당금을 키우지 않은 것이다. 배당성향은 올해가 66%로 가장 높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해 뚜렷이 명문화된 정책은 없다"며 "유동성 등을 고려해 이사회가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꾸준히 배당해왔고 올해도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지속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림페이퍼가 적극 배당에 나서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무림그룹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들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대주주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무림SP(19.65%·817만7996주)지만 2대주주에 이 회장(18.93%·787만7646주)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사장은 12.31%(512만2966주)로 그 다음이다.
이들은 전년과 동일한 배당수익을 올리게 됐다. 1년 새 보유주식수에 변동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이 회장은 4억원, 이 사장은 2억6000만원 가량(세전)으로 산출된다.
두 사람은 무림SP에서도 배당금을 받는다. 이 사장은 지분 21.37%(472만997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이 회장은 20.84%(461만3976주)를 쥔 2대주주다. 대주주 중에는 이 사장의 숙부인 이동근씨도 있다. 그가 19.20%(425만400주)를 갖고 있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61%를 상회한다.
무림SP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1246억원, 영업이익 64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8.1% 줄었으나 영업익은 8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9년 28억원에서 54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해 주당 배당금을 35원에서 25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배당금총액이 5억5000만원으로 전년 7억8000만원 대비 줄었다. 중 이 회장 부자의 몫은 각각 1억2000만원 가량으로 계산된다.
무림페이퍼의 자회사(66.97%) 무림P&P 역시 연말배당을 실시했다. 당기순이익이 2019년 47억원에서 2020년 -163억원으로 적자전환한 만큼 주당 배당금을 175원에서 125원으로 낮췄다. 오너일가는 무림P&P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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