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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수다]정책출자기관의 '자율경영' 가능성 있나③정부 예산 의존도 높은 구조, 전문인력 이탈 방어 한계

임효정 기자공개 2021-04-28 08:03:25

[편집자주]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핫한 분야로 떠올랐다. 전문 인력이 VC에 속속 입문하는 가운데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출자기관에 몸담은 LP맨의 이직도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LP(출자기관)에서 GP(위탁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LP이력은 GP에서 어떤 영향력이 미치고 있을까. 솔직한 입장을 듣기 위해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GP로 이적한 LP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09: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떠나는 LP맨. 그렇다면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등 출자기관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을까.

정부예산을 받는 이상 공공영역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근 민간LP의 매칭을 유도하면서 정책자금 비중이 줄고 있지만 정부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정부의 스탠스가 단순히 예산 지원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펀드 기획·운용까지 원한다면 전문가 유입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지배구조상 뚜렷한 한계" 한 목소리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은 VC 선진국과 비교해 걸어온 과정이 다르다. 정부의 예산지원과 정책금융자금 투입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해왔다. 정부 예산을 받는 출자기관의 자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표적인 출자기관 중 하나인 한국벤처투자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상태다.

A씨 : 자율경영은 지배구조에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벤처투자도 과거엔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시장을 많이 움직였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더 받아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공기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관리 감독을 받으면서 직원들한테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지침들이 실제로 있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위축됐고 내부에서 부딪치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자율경영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B씨 : 2005년 한국벤처투자가 설립됐을 때만 하더라도 중기청은 '단속' 대신에 최소한의 '관여'만 했다. 점점 벽이 허물어지면서 중기부의 업무 관여도가 굉장히 커졌다.

민간 운용사를 추종하지만 성장금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A씨 : 성장금융도 민간 운용사 체계로 만들어졌지만 정부 영향에서 비껴갈 순 없다. 실질적으로는 주주들 눈치를 많이 보고 금융위를 많이 의식한다. 임원급도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모험 떠나는 LP맨, 인력 이탈 이어지나

공공기관에서 벗어날 경우 성과급 체제 도입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을 키우고 업계 전문가를 유입시키는 게 수월해진다. 하지만 공공영역에 포함된 상태에서는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B씨 :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정성이나 절차의 투명성, 정부 재원의 배분이나 이런 요소가 강한 미션이라면 공공기관에 묶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사나 조직에 대한 자율권을 한국벤처투자가 확보해야 하고, 그렇게 확보됐을 때 보다 좋은 인력들이 많이 거기서 일하고 자부심을 느낄 텐데 어려운 일이다.

C씨 : 정부에서 창의적으로 펀드운용을 하거나 펀드기획을 하는 것을 바란다면 그때에는 보수를 올려주고 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또 내부에서 전문 인력을 나가지 않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스탠스가 돈을 뿌리는 것이다. 돈만 뿌리면 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운 것이다.

출자기관에서 인력 유출을 방어하진 못하는 이상 인력 수요가 넘치는 GP로의 이직행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A씨 : GP는 일반적인 공부를 하다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든 투자 등 특정 경험을 하다가 진입할 기회를 얻는 것인데 출자기관 이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수나 승진이 GP로 이직하는 1순위가 될 순 없지만 점차 성과보상에 대한 갭이 벌어지면 이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B씨 : 최근에는 도전적으로 먼저 GP에 진입하려는 LP출신도 보인다. 처우를 낮춰가는 경우도 봤다. VC업계의 성장성이 크다보니 심사역으로 하루라도 먼저 가서 자리를 잡으려고 포지션을 취하는 분도 있다.

C씨 : LP업에 있어 '재미'의 부재도 GP로 이직하는 요인이다. 펀드의 '기획-선정-사후관리'를 같은 팀에서 같은 사람이 하지 않는 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먼저 펀드를 책임감 있게 기획할 유인이 떨어진다. 운용사를 선정할 때도 전문성 보다는 기계적인 공정성대로만 일하게 되고 사후관리도 경제적 합리성 보다는 감사 회피 방향대로 사후관리를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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