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수익성 개선 '숙제'…'양보다 질' 분류 인력 투입·풀필먼트 사업 확대 영향, 판가 인상·디마케팅으로 대응
유수진 기자공개 2021-05-12 09:48:31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0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수익성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물량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에도 되레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등 실속이 없자 수익 구조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처음 50%를 넘긴 시장점유율(M/S)이 탄탄히 유지되고 있는 지금이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을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수익성 감소의 배경으로는 택배기사 근로환경 개선과 E풀필먼트 관련 투자 확대 등이 꼽힌다. 물류업계 변화의 흐름에 적극 동참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이에 판가 인상과 저수익 고객사 대상 디마케팅 등 수익성 강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CJ대한통운은 올 1분기 매출액 2조6926억원, 영업이익 481억원이 적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대비 매출이 7% 늘었으나 영업익은 17.4%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량이 늘며 고성장이 예상됐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던 셈이다. 매출원가가 2조2937억원에서 2조4693억원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판관비 역시 1635억원에서 1751억원으로 7%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사업부문(택배·글로벌·CL·건설) 중 선두에서 매출 성장을 견인한 건 단연 택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량이 12.7% 증가하며 매출이 작년 7279억원에서 올해 8272억원으로 1년 만에 13.6% 뛰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9%에서 30.7%로 증가하는 등 영향력이 커졌다.
반면 발목을 잡은 것도 택배부문이다. 작년 말 택배기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약속한 내용들이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다. 추가로 투입한 분류인력 4100명의 인건비를 회사 측이 부담하며 원가가 늘어났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E풀필먼트 사업 역시 손익 개선을 더디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다. 아직 사업 초기단계여서 투자 등 진입 비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3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택배부문 영업이익이 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줄었다.
CJ대한통운은 E커머스 본부를 신설하고 네이버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E풀필먼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말 기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13개사가 입점한 상태로 24개사의 수주를 확정했다. 특히 지그재그와 마켓컬리 등 빠르게 성장하는 고객사 대상 신규 수주 확대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디마케팅'이다. 저수익 고객사 대상이다. 디마케팅이란 수익성이 낮거나 지나치게 관리 비용이 높은 고객과의 거래를 끊거나 축소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무조건적인 수주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판가 인상도 단행했다. 4월 1일부로 B2C 고객 대상 판가를 약 200원 올리는 등 매출 확대에 나선 상태다. CJ대한통운은 국내 M/S가 물량 기준으론 과반이지만 매출 기준으론 45% 미만이다. 전체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처리하지만 가져가는 돈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소형 화물이 많은 영향이다. 심지어 2019년 1분기 4.3%포인트(p)에서 2020년 1분기 5.5%p, 2021년 1분기 5.7%p로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체 화물 중 소형의 비중이 70~80% 정도"라며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 당연히 소형 화물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매출 M/S가 물량 M/S 대비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단가 인상은 기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단 리스크가 있다. 특히 국내 택배업계처럼 점유율 확대 경쟁이 치열한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엔 CJ대한통운 뿐 아니라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빅3'가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판가 인상을 단행한 만큼 후폭풍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이번과 동일한 전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2019년 2분기 '택배비 제값받기' 차원에서 추진한 단가 인상이 빠르게 정착되며 매출과 영업익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그해 3분기 CJ대한통운은 전년 대비 매출이 8.4%, 영업이익이 67.7%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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