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대표께서…"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용퇴설, 해프닝일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에 '경영권 이양' 명시, 사퇴 가능성 재점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1-02-26 10:00:43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22일 전임 대표이사께서 대국민 여러분께 직접 고개를 숙이고 과로사 대책과 관련된 말씀을 드린 바 있다."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부사장)는 최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산재를 줄위기 위해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냐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는 과정에서다.
신 부사장이 언급한 '전임 대표이사'는 박근희 현 대표이사(부회장)를 의미한다. 박 부회장은 작년 10월22일 택배기사 과로사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신 부사장이 '현직' 대표를 '전임' 대표로 호칭한 셈이다. 긴장 상태에서 나온 단순 말실수인지, 조직 내부 상황을 무심결에 드러낸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최근 청문회를 기점으로 다시 용퇴설에 휩싸였다. 아직 임기가 1년 남았지만 다음달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단 관측이다. '경영권 이양'이란 단어에서 생긴 오해라는 사측 설명에도 최근 심화된 입지 축소와 맞물려 의구심이 잦아들기는 커녕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작은 청문회 불출석이다. 박 부회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청문회에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서 출석을 요구 받았으나 사유서를 내고 불참했다. 같은 이유로 증인 채택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직접 청문회장을 찾은 것과 대조적이다. 박 부회장의 자리는 택배부문 대표인 신 부사장이 대신 채웠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용퇴설의 불을 댕긴 건 '사유'다. 송옥주 환노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박근희 대표가 '경영권 이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양당 간사와 합의해 신영수 택배부문 대표의 대리 출석을 양해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 입에서 확인된 '경영권 이양'이라는 단어가 박 부회장이 직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CJ대한통운 측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최근 부문별(택배·SCM) 대표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불거진 '단순 해프닝'이라고 설명한다. 신 대표가 출석한 이유는 택배사업을 총괄하고 있어 환노위원들의 질의에 더 적절히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지 박 부회장의 사퇴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부문별 책임경영제를 강화하면서 실제 운영과 관련된 부분들을 부문 대표에게 이양하고 있다"며 "환노위 측에 양해를 구해 신 대표가 출석했는데 '경영권 이양'이란 단어 때문에 박 부회장이 퇴진한다는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의 '전임 대표이사' 발언에 대해선 답변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말실수라는 입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예전에는 박 부회장이 택배와 SCM부문을 총괄했는데 이제 각 부문별 대표가 맡고 있으니 '전임'이란 표현을 쓴 것 같다"며 "청문회가 주는 긴장감이나 부담감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부회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지 여부는 다음달 정기 주총에서 확실시 될 전망이다.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된 강신호 사장은 이날 공식적으로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CJ대한통운이 두 사람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될지, 강 대표 단독체제로 가게 될지 정해지는 것이다.
박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거란 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작년 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CJ제일제당 대표였던 강 사장이 CJ대한통운에 발령났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CJ그룹이 박 부회장에게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한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작년 한해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며 택배부문이 급성장 했지만 그 과정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연일 터지는 등 이슈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며 CJ그룹 차원에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현재 박 부회장은 대외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전까진 대내외 업무를 총괄해왔으나 강 사장 부임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문별 책임경영제 강화 등도 박 부회장의 조직 내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택배기사 과로사 이슈 관련해서도 사과를 한 건 박 부회장이지만 현재 뒤처리는 신 부사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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