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하는 조선업]7년에 걸친 변화, 현대중공업의 '환골탈태'②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재편 병행...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앞둬
조은아 기자공개 2021-05-18 11:05:51
[편집자주]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조선업만큼 극과 극을 오간 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지만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힘을 못 쓴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03년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오랜만에 볕이 들고 있다. 다시 호황을 맞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현 상황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4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길었던 불황으로 조선사들이 모두 움츠렸던 시기 현대중공업그룹은 말 그대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조선업은 보수적이고 변화가 더딘 산업으로 손꼽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만큼은 예외라고 볼 수 있다.2014년 이후 7년에 걸친 현대중공업그룹의 변화는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자구안 이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대우조선해양 인수, 그리고 지주사 체제 전환이다. 그리고 IPO까지. 최악의 적자를 낸 뒤 주춤하기보다 발빠르게 나서 근본적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았다.
◇2014년 최악의 적자 낸 뒤 속전속결로 자구안 이행
현대중공업은 2014년 영업손실 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돼 인력 조정과 설비 감축을 단행했지만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업황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2016년 칼을 빼들었다. 당시 주채권은행이던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3조5000억원을 마련해 2018년까지 8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6조원대로 줄이고 부채비율도 100%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은 자구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16년 현대자동차와 KCC, 현대종합상사, 코엔텍 지분 등 4800억원 규모의 투자자산을 매각했고 영빈관과 문화회관, 외국인사택, 울산대병원 암센터 부지 등 비핵심자산 처분을 통해 1조1300억원을 마련했다.
2017년에는 호텔현대를 2000억원에 매각했고 현대삼호중공업 프리 IPO를 통해 400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로보틱스 지분 8.0%을 35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을 DGB금융지주에 넘기면서 4500억원도 확보했다.
여기에 3500여명의 인력조정 및 임직원의 급여반납 등을 통해 90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도 누렸다. 그 결과 자구안 이행에 들어간 지 1년 반 만에 자구안을 초과 달성했다. 당초 자구안 달성 시기를 2018년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1년이나 앞당긴 셈이다.
◇지배구조 재편도 병행, 1분기 한국조선해양 부채비율90%대
그 뒤 여전히 업황이 회복되지 않자 내놓은 카드가 바로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3사의 차입금을 대거 상환해 ‘무차입 경영’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수한 재무상태를 경쟁력 삼아 선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현대중공업 부채비율은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2018년 이후 80%대까지 떨어졌다.
그 뒤에도 꾸준한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이어졌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1조3750억원에 매각했다. 기업공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프리IPO 형태로 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올들어 2월 미국 사모펀드(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646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지배구조 재편도 병행했다. 2016년 말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AS부문과 태양광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그린에너지를 새로 만들었다.
2017년에는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나눴다. 조선·해양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으로 두고 신설법인으로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3개사를 설립했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됐고 나머지 3개 회사는 그 자회사로 편입됐다. 2018년 3월 현대로보틱스의 이름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꾸면서 지주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조선업을 주력으로 삼는 현대중공업의 부실이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에 전이되지 않으면서도 지주회사가 계열사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차입금을 각 회사로 분산해 현대중공업의 재무건전성도 높였다.
현대중공업그룹 전반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개선됐다. 2조~3조원대의 적자를 냈던 2014년 말 현대중공업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0.4%에 이르렀다.
올 1분기 말 조선부문 중간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96.9%다. 개별 조선사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이 157.4%로 가장 높고 현대미포조선이 53.0%, 현대삼호중공업이 142.0%다.
아주 좋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7년 가까이 조선업이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 부채관리라고 볼 수 있다. 경쟁업체인 삼성중공업의 경우 1분기 부채비율이 260%를 넘는다.
◇마지막 승부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현대중공업그룹의 변화를 얘기할 때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초 세계 2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였던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나와 권오갑 회장 모두 조선산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우리 조선업도 일본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과 같은 빅3 체제에서는 생존을 위해 우리끼리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어 결국 빅2 체제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도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한국조선해양을 세우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구조다.
한국조선해양 밑에는 대우조선해양과 기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병렬구조를 이룬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대우조선해양의 편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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