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독립계 GP 해부]신한지주 '아픈손가락' 신금투PE, 인력이탈로 몸살신한PE 씁쓸한 퇴장…신한대체 '2막' 새출발
한희연 기자공개 2021-05-27 10:09:56
[편집자주]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현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태동한지 17년이 흘렀다. 대체투자 수요가 매년 증가하면서 운용사의 숫자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도 사업부 혹은 자회사 형태로 조직을 갖추고 PE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독립계 GP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더벨은 금융·산업계열 GP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우스별로 상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은 비교적 일찍 사모투자펀드 사업에 뛰어든 곳 가운데 하나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신한PE를 만들었고 현재 신한대체운용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증권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사업부 형태의 PE부서가 있으나 잦은 인력 이탈로 현재는 활동이 미미한 상태다. 이외 작년에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는 인수후 통합을 거쳐 온전히 자회사로 품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용두사미 그친 1세대 신한PE…부동산·인프라 전문 신한대체로 변신
신한대체운용의 전신인 신한PE의 등장은 화려했다. 국내에 사모투자펀드(PEF) 제도가 처음 도입되기 시작했을 때 탄생한 1세대 PE였다. 2004년 설립돼 한동안 화려한 투자이력을 자랑해왔다. 신한국민연금 제1호(3000억원), 신한제2호 PEF(4600억원)에 이어 2012년엔 신한-스톤브릿지페트로PEF(8200억원)를 결성해 운용했다.
특히 2호 펀드는 신한PE의 이름을 알린 투자건을 다수 진행한 펀드였다. 전주페이퍼(2008년), 한국타워크레인(2009년), 에버다임(2010년), SK건설(2012년), 이투스교육(2012년)이 2호 펀드의 포트폴리오다. 이중 에버다임의 경우 2010년 인수후 적극적인 성장 전략 등을 거쳐 2015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 성공적인 엑시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에버다임 투자의 내부수익률(IRR)은 16% 이상이었다.
페트로PEF는 SK인천석유화학 투자를 위해 조성된 펀드였다. 신한PE와 스톤브릿지는 2013년 SK인천석화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8000억원을 투자했다.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투자했으나 결국 2019년 SK가 이를 다시 되사면서 최종 엑시트했다. SK측은 원금에 10%를 가산한 수준으로 이를 되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인천석화 이후 2014년부터 신한PE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이전 펀드들의 엑시트와 청산 작업만 이뤄졌을 뿐 신규 펀딩과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직을 이끌어갈 새로운 시도가 없는 상황에서 PE 투자와 관련한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신규 투자와 펀딩이 없는 상황에서 2호 펀드를 이끌었던 핵심 인력들도 하나둘 이탈하기 시작했다. 설립 때부터 신한PE에 몸담다 2010년 대표에 올라 4년간 이끌었던 양기석 대표도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다.
침체가 지속되자 신한금융지주는 신한PE의 색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2017년 신한생명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였던 김희송 대표를 새로운 대표로 선임하고 하우스 컨셉을 확 바꿨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인가를 신청하고 사명도 신한대체운용으로 바꿨다. 사명 전환은 이제는 중심을 경영권 사모주식 투자보다는 대체운용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업계는 해석했다.
신한PE 시절 남은 자산은 모간스탠리PE와 함께 2008년에 투자한 전주페이퍼 뿐이다. 지난 몇 년간 여러차례 엑시트 기회를 노렸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전주페이퍼가 담긴 2호펀드는 지난해 청산됐다. 펀드 만기 연장을 거듭해 왔던 2호 펀드에 출자자들이 더 이상 연장불가 입장을 내비쳤고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십시일반 LP로 참여한 새 펀드를 만들어 기존 LP 지분을 되사왔다. 사실상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과거 PE 투자 명가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셈이지만 신한대체운용은 새로운 DNA로 삼은 대체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라이선스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대체투자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돼 흑자전환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색채 변화 이후 부동산과 인프라 관련 인력을 꾸준히 영입해 관련 조직을 상당히 키웠다. 현재 신한대체운용은 부동산구조화투자실, 인프라전략투자실, 대체투자실, PE운용실 등의 투자 부서가 있으며 PE운용실에는 2명의 투자인력을 두고 있다. PE운용실과 별개로 대체투자실 또한 기업투자를 수행한다. 하지만 대체투자실은 사회적기업과 임팩트기업 투자, 인수금융 중순위론펀드 운용 등을 통한 기업투자를 주로 한다는 것이 과거와 차이점이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173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자산을 꾸준히 확대해 온 결과 2017년말 2056억원에 불과했던 운용규모(AUM)는 지난해 말 5조4124억원으로 늘었다. 펀드수도 1개에서 60개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구글 데이터센터 컨스트럭션론 대출투자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FBC타워 지분매입 등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였다.
◇잦은 인력 이탈 신금투PE, 지주내 존재감은 '미미'
신한금융투자PE부는 투자금융본부에 속한 사모투자 전문 조직이다. 신금투PE는 금융그룹의 투자은행(IB) 사업부 산하에 존재한다는 지위 때문에 다른 독립계PE와 비교해 상당히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9년 기존 PE팀이 부서로 승격하고 산하에 3개의 팀을 두면서 변화를 모색해 왔다.
1팀과 2팀은 섹터구분을 두지 않았으나 3팀의 경우 바이오 투자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만들면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와 제약관련 투자 강화를 꾀했다. 신금투PE는 조직개편 이전에도 바이오 벤처기업인 제넥신에 투자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는데 조직까지 개편하며 투자 강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신금투PE는 바이오와 제약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2019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뉴라클사이언스, 지피알 등에 잇달아 투자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AI기반 헬스케어 업체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와 파이디지털헬스케어 등에도 투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금투PE가 운용하고 있는 PEF는 3개로 총 3500억원 규모다. 프랙시스캐피탈과 2015년에 결성한 '신한프랙시스케이그로쓰글로벌'(1060억원), 인터베스트와 2018년 결성한 '지엑스신한인터베스트제1호'(1381억원), 2020년 SKS PE와 결성한 '신한에스케이에스기업재무안정'(1042억원) 등이 있다.
2019년 조직개편 후 2년간 바이오, 제약 투자 부문에서 눈에 띄는 투자를 여럿 진행했으나 올해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승격한 PE부서를 이끌며 2년간의 변화를 주도했던 최공훈 부장이 최근 퇴사하면서 좌장이 사라진 상태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10년 가까이 PE 업계에서 경험을 쌓아 왔으며 신한금융투자가 PE업무를 독립된 팀으로 분리해 운영했을 때부터 업무를 총괄해 왔다.
최 부장 뿐 아니라 운용인력 다수가 최근 신금투PE를 떠났고 현재 신규 투자활동은 개점 휴업 상태다. 남아있는 자산은 관리 정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나 이마저도 공동GP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PE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금투PE가 최근 바이오 등 분야를 강화하며 눈에 띄는 투자건을 다수 선보였던 점은 주목된다"면서도 "다만 핵심 인력 이탈 이후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 업무에 집중하며 다소 조용한 양상인데 앞으로 조직에 변화를 주게 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독립계 GP의 구조적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막강한 금융 계열사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LP 출자를 지원받고 타 운용사로부터 공동 GP 자격을 얻긴 했으나 사실상 투자와 관리, 엑시트 업무에서는 상대적으로 책임감이나 독립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신한 새식구 된 네오플럭스, PE 성과 드러낼까 관심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말 두산그룹에서 신한금융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며 사명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신한벤처투자에는 벤처캐피탈(VC) 부문과 PE 부문이 있었는데 신한금융그룹 품에 안긴 직후 VC 부문은 활발한 펀딩 등 활동을 벌여온데 반해 PE 부문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초 조직개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기존 두 본부로 이원화 됐던 PE 부문을 1개 본부로 통합하고 본부 구분을 없애 딜 소싱과 피투자기업 관리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게 한 셈이다.
인수후 반년 간의 워밍업 기간을 거친 만큼 업계에서는 올해 신한벤처투자 PE 부문의 활발한 투자 활동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운용중인 블라인드펀드의 미소진 물량이 상당해 이를 소진하기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란 기대다.
신한벤처투자 PE 부문은 2018년 결성한 네오플럭스제3호(2500억원)를 운용중인데 이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는 5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3호 펀드는 오티디코퍼레이션(300억원), 와디즈(200억원), 기가레인(180억원), 비마이카(250억원) 등에 투자했다. 주로 라이프스타일, 정보통신(IT) 분야 강소기업을 발굴한 점이 눈에 띈다.
금융그룹 산하로 들어오면서 펀딩 등 부문에서 신한지주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확실히 발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같은 분석은 펀드 조성시 계열사로부터 일정부분 출자를 받거나 인수금융 등을 활용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한 성과를 냈지만 지난해는 대주주변경 등 이슈로 투자 등 부문에서 다소 조용했다"며 "신한금융지주 인수후 지금까진 VC 부문이 상대적으로 두각되는 모습이었는데 올해 PE 부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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