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구 학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본격적인 실증연구가 발표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전에는 ESG가 기업과 사회에서 지금만큼 첨예한 이슈가 아니었고 ESG 관련 투자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서 유의미한 실증연구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했다. 이제는 ESG 투자의 규모가 110조 달러에 이른다. 학술연구에 사용되는 자료들도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수집되고 분석된다. 규모가 주는 정확성과 신뢰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다.하버드 경영대 세라페임 교수팀은 최근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이 어떤 종류의 ESG 관련 뉴스에 반응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실증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에 ESG 관련 정보를 반영하는 것은 확실하다. ESG 정보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2014~2019년 사이에 S&P 500 기업들에 발생한 24건의 주요 ESG 관련 논란이 534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다.
연구팀은 2010~2018년 사이에 출고된 3126개 기업에 관한 111020건의 ESG 관련 뉴스를 분석했는데 지속가능성 회계기준(SASB)에 비추어 시장이 재무적으로 중요성이 큰 ESG 뉴스에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스 출고일에 60bp, 그후 2일간 75bp다.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은 중요 뉴스에는 상대적으로 큰 반응이 발생하고 긍정적인 뉴스에는 뉴스 출고일에 218bp, 부정적인 뉴스에는 마이너스 70bp가 반응 수치로 나왔다고 한다.
SASB상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뉴스에는 데이터 샘플에 무관하게 시장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장은 제품 안전, 품질, 가격 등 사회적 자본에 관련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그 규모는 뉴스 출고일이 187bp, 이후 3일간 241bp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은 특정 뉴스가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에 관련된 뉴스에 반응했다. 즉, 비재무적 요인보다는 재무적 요인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ESG 경영이 가속되면서 관련 언론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ESG위원회 설치를 필두로 한 조직의 정비와 사회적 책임 이행 활동, 그리고 경영진의 ESG 경영에 관련된 생각과 구상, 향후 계획 등이다. ESG 공시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고객, 사회 전체는 특정 기업이 ESG를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를 대부분 언론을 통해서만 알 수 있고 기업들도 주로 언론을 통해 계획과 실적을 홍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류의 위험성은 자명하다. 언론보도의 부정확성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과 기업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보도가 자본시장의 공시처럼 엄중한 기준으로 작성되고 유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언론보도는 기업이 아닌 외부자가 작성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증권관리위원회(SEC)는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ESG 관련 투자를 표방하면서 펀드를 조성한 다음 실제로는 ESG와 관련이 없는 방향과 내용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3월에 태스크포스(Climate and ESG Task Force)를 출범시키기도 했는데 이 문제는 기업들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수 있다. 즉, 대외적 발표와 실제가 차이 나는 경우 그를 감지하고 시정할 장치가 없다. 자산운용업계 내부에서도 ESG가 펀드 마케팅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사들은 사회적 기업과 영리기업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 언론사들도 영리기업들 못지않게 자체 ESG 경영을 해야 하는데 그 중요한 방법론이 ESG 관련 뉴스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뉴스의 분량도 지나치게 많다. 글로벌 언론의 ESG 뉴스는 2020년에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Cognito). 독자들이 옥석을 가리기 점점 어려워지고 방향감각을 상실할 수도 있다. 기업의 홍보담당자들도 이 점을 감안해서 보다 중요하고 정확한 기업정보가 시장에 유통되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 또한 ESG 경영의 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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