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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이 LCC를 살리려면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1-05-26 10:41:59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저비용항공(LCC)업계의 대표 라이벌이다. 진에어가 외국인 임원 재직으로 국토부 제재를 받기 전까진 실적 발표 때마다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비용절감이 핵심인 사업모델 특성상 양사의 영업전략은 상당히 유사했다. 국제선 중·단거리 확보에 열을 올렸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짭짤한 추가 수익을 거뒀다.

차별화 포인트는 있었다. 바로 '기내식'이다. 제주항공이 사전예약 방식의 유상 판매로 수익성 극대화를 꾀한 반면 진에어는 무료 제공을 고집했다. 기내식을 매개로 한 긍정적인 경험이 재탑승률을 높인다는 이유였다. 눈앞의 이익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충성고객 확보에 보탬이 되는 길을 택했다. 기내식을 '미포함'한 제주항공은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스타일이 달랐을 뿐 정답은 없었다. 소신껏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019년 초 공급 과잉 심화로 생존을 걱정해야 했을 때도 변화를 시도하진 않았다. 기내식 정책이 집토끼를 지키고 산토끼를 데려올 '경쟁력'이라고 믿었다. 나머지 LCC들도 각각 노선을 정했다.

기내식 경쟁이 최근 '땅 위'로 무대를 옮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1년 넘게 국제선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스타트는 진에어가 끊었다. 작년 말 국내 항공사 최초로 기내식을 컨셉으로 한 냉장 가정간편식(HMR)을 출시했다. 기내식 박스를 본 뜬 패키지에 조리방법이 담긴 탑승권, 커틀러리를 담아 최대한 분위기를 살렸다.

제주항공은 한발 더 나갔다. 지난달 홍대에 위치한 AK&홍대 1층에 실제 승무원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기내식 카페를 차렸다. 오픈 직후부터 각종 SNS에 관련 후기가 끊이지 않는 등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엔 GS25와 손잡고 기내식 컨셉 도시락도 출시했다.

비행기가 마음껏 하늘을 날지 못하는 시대의 궁여지책이다. 유상과 무상을 따지던 과거는 진작 잊었다. 지금은 각자가 내놓은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치열한 경쟁 중이다. 국내선을 타더라도 마스크 착용으로 기내 취식이 불가능한 요즘 이렇게라도 여행 기분을 느껴보라며 앞다퉈 구매를 권한다. 신메뉴 개발도 열심이다.

마땅한 생존 전략 없이 어려운 시기를 무작정 버티던 LCC들이 추가적으로 매출을 올릴 기회를 찾아낸 듯 보인다. 항공여행 중 승객의 끼니를 책임지고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주는 기내식이 생존에 직접 기여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코로나19는 비행과 달리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다.

때문에 단발성에 그치면 안된다. 소비자가 의도적으로 기내식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기고 꾸준한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신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앞선 사례도 하나 있다. 단순 탑승 경험에 그치지 않고 면세 쇼핑과 연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목적지 없는 관광비행'이다. 지금은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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