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하는 조선업]주인 바뀌는 STX조선해양, 선박 수주 총력⑨2500억 신규 투자 유치...비용 절감 등으로 대응 한계
조은아 기자공개 2021-05-31 10:17:02
[편집자주]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조선업만큼 극과 극을 오간 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지만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힘을 못 쓴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03년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오랜만에 볕이 들고 있다. 다시 호황을 맞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현 상황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중공업에 이어 STX조선해양도 새 주인을 맞는다. 이르면 상반기 안에 유암코(연합자산관리)-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STX조선해양의 최대주주에 오른다.STX조선해양은 한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함께 '빅 4'로 불렸던 곳이다. 규모는 전성기와 비교해 쪼그라들었지만 기술 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오랜 기간 굴곡을 겪으면서 대외 신인도가 낮아져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 8년 만에 새 주인을 맞고 업황도 살아나고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를 이룰지 주목된다.
STX조선해양의 국내 선박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0.43%에 그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1.19%였으나 지난해 0.57%로 반토막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부진을 이어갔다. STX조선해양이 만드는 선종은 MR탱커,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중소형 LNG선, 벙커링선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MR탱커가 주력 선종이다.
최근 들어 STX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역시 꾸준히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7500㎥급 LNG 벙커링선을 개발했다. LNG 벙커링선은 바다에서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선박이다. 영하 163도에서 LNG를 저장하는 기술과 액화연료를 기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관건은 결국 수주 회복이다. 수주가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실적 회복도 요원한 상황이다. 그동안 수주잔고 부족을 고정비 절감으로 상쇄하면서 재무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선방했으나 비용 절감 여력도 줄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2019년 매출 3605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내면서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으나 지난해 다시 6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번 인수거래는 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2500억원을 STX조선해양 신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TX조선해양의 기존 주식을 42대 1 수준으로 감자한 뒤 새로 신주를 발행하면 컨소시엄이 이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기존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도 주요주주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이 수주를 안정적으로 하려면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은 새 주인을 맞을 채비를 갖추는 데 한창이다. 4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기존 ‘STX조선해양’에서 ‘케이조선’으로 바꾸기로 했다. 회사의 사업목적에도 기존 조선업 외에 수출입업 및 수출입 대행업,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국내외 투자업 등을 추가했다.
이사진 교체도 이뤄졌다. 2016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장윤근 대표이사는 3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으며 김찬 STX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새로 사내이사에 올랐다. 인수 주체인 KHI인베스트먼트와 유암코 측 인사도 이사회에 합류했다.
KHI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는 강명우 오차드홀딩스 대표이사와 김두일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1본부장, 박성일 유암코 CR1본부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장윤근 대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거치며 조선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특히 영업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10월 STX조선해양으로 옮겨 영업담당 전무를 지냈고 2016년 6월부터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 겸 관리인에 올랐다. 2017년 7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가 구조조정 과정을 진두지휘했고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점, 앞으로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영업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반영돼 임기가 연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STX조선해양의 새 대주주에 오르는 KHI인베스트먼트도 주목할 만하다. KHI인베스트먼트는 김광호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김 회장은 두산그룹 출신으로 M&A(인수합병)의 귀재로 손꼽힌다. 저평가된 기업이나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해 재매각하는 전략을 쓰며 막대한 투자차익을 거뒀다. 그는 지난해부터 조선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케이프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2대 주주에도 올랐다.
STX조선해양은 그동안 새 주인을 찾기 위해 혹독한 길을 걸어왔다. 2013년 7월 경영악화로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고 2016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 졸업했으나 2018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위기에 처하면서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했다. 노사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순환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등 고정비 절감에 주력했다.
그 결과 STX조선해양의 부채비율도 크게 개선됐다. 2017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745.44%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134.6%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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