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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 대해부]'투명경영' 현대차그룹 기조 동참않는 이노션④내부거래 비중 50%·오너일가 지분 보유에도 투명경영위 설치 소극적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02 10:20:16

[편집자주]

국내 광고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과거 소속된 그룹사의 내부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외부 고객 확보와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었고 재계의 흐름에 발맞춰 ESG경영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 선 광고회사들의 지배구조와 재무 전략, 주요 인물, 신사업 등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8일 11: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에는 '투명경영위원회'가 없다. 2010년대 중반부터 현대차 등 주요 그룹사들이 앞다퉈 경영 투명성 제고를 선포하고 위원회 조직에 나섰지만 이노션은 예외였다. 올초 현대오토에버가 설치 행렬에 동참하며 그룹 12개 상장사 중 투명경영위가 없는 곳은 3개사로 줄었다.

이노션이 현재 이사회 산하에 꾸려놓은 소위원회는 오직 감사위원회 하나다. 자산규모(별도 기준)가 2조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위원회 설치에 소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과 누나 정성이 고문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라는 점에서 투명성 제고와 주주권익 보호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노션은 현재 투명경영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차원의 내부거래 감독 강화와 주주소통 확대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셈이다.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가 감사위 하나일 정도로 현대차나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사 대비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에 소극적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자산규모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행 상법은 자산(별도)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에 한해 엄격한 지배구조를 갖추라고 요구한다.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 설치도 필수다. 엄밀히 따지면 올 1분기 말 기준 자산총계 8751억원인 이노션에는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대차그룹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룹사들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주주권익 강화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한다. 이 같은 기조는 2015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상장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투명위를 설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현대차는 윤리위원회를 확대개편해 투명경영위를 조직하고 그 안에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뒀다. 주주 관점에서 적극 의견을 피력하고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했다. 현대차의 투명경영위 설치는 국내 대기업 최초 사례였다.

이후 기아는 2016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017년 각각 그룹 방침에 따라 투명경영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2018년, 현대위아는 2020년 동참했다. 올 3월 현대오토에버도 기존 내부거래위원회 간판을 투명경영위로 바꿔 달았다. 현대오토에버 자산규모 역시 이노션과 마찬가지로 1조원 미만이다.

투명경영위의 역할은 크게 두가지다. 기본적으로 내부거래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윤리경영을 추진하는 등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대규모 내부거래, 윤리경영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의결하기 때문에 현대차 등은 위원회에 공정거래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 등을 합류시켰다. 주주소통 확대 노력을 통한 주주권익 보호도 투명경영위에 주어진 업무다.

심지어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올 3월 주총에서 투명경영위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한 발 더 나아갔다. 기존 투명경영위가 하던 역할에 ESG경영 관련 내용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노션은 이 같은 그룹 기조에 적극 발걸음을 맞추고 있지 않다.


현재 이노션은 현대차 제네시스사업부장 출신 이용우 사장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지만 오너일가인 정성이 고문이 최대주주(17.69%)이자 사내이사로 있는 회사다. 정의선 회장도 지분을 일부(2%)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합하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28.7%까지 올라간다. 유의미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이사회에서는 이 사장과 정 고문 외 재경지원실장인 윤석훈 전무가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인 이 사장이 맡고 있다. 사외이사는 3명으로 총원(7명)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사외이사진은 재무와 재무자문, 정보보안 전문가로 꾸렸을 뿐 주주권익보호 담당은 없다.

무엇보다도 이노션은 현대차 등 계열사 물량이 많은 회사기도 하다. 이노션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국내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꾸준히 50% 내외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57.1%까지 높아졌다가 차츰 낮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공시인 2019년에는 50% 미만인 49.8%로 떨어졌다. 물론 해외 계열사 발생 매출까지 포함하면 수치가 높아진다. 이노션이 올 1분기 IR자료에서 공개한 그룹 캡티브 물량은 매출총이익 기준 68%(국내 51%·해외 72%)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노션이 경영진 견제·감시 등 경영 투명화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일절 기울이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선제적으로 감사위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자산규모 2조원 미만으로 현행법상 의무가 아니지만 2015년 3월 상근감사 제도를 없애고 감사위를 설치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시기와 맞물린다. 멤버 구성은 모두(3명) 사외이사로 했다.

이노션 관계자는 "보다 더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장 시 감사가 아닌 감사위원회를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션은 측은 투명경영위의 필요성이 크지 않아 설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설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투명경영위에 올릴 안건이 많지 않아 이사회에서 일괄 처리하고 있다"며 "향후 필요시 내재화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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