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 웰니스 푸드]'건기식 재도전' 농심, 콜라겐 전문성으로 '승부수'⑤검은콩 펩타이드 고배, 5년 만에 재진출…이너뷰티 성장 동력
박규석 기자공개 2021-06-03 09:28:55
[편집자주]
국내 식품업계가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건강식품시장 선점에 분주하다. 고령화 사회로 빠른 진입과 맞물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건강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연주의식품을 비롯한 대체육, 케어푸드 등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미래 수익원으로 부상한 건강 먹거리 시장 확보에 힘쓰고 있는 주요 식품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0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이 수년 전 고배를 마셨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내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이너뷰티 사업을 최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면서다. 콜라겐 특화 제품을 앞세워 미용 부문을 공략하는 게 목표다.이너뷰티를 활용한 건기식 사업은 ‘라면왕’ 신춘호 회장의 타계로 경영 전면에 나선 신동원 부회장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이다. 그는 올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사업은 건기식이 유력하며 콜라겐 제품은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며 관련 사업의 확장을 예고했다.
농심이 미래 사업으로 정한 이너뷰티 시장의 잠재 성장여력은 상당하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이너뷰티 시장규모는 2025년 79억3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내적 아름다움(beauty-from-within)을 가꾸고자 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이너뷰티 제품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이너뷰티 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다.
◇흥행 못 한 건기식 ‘검은콩’
농심의 건기식 제품 개발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농심은 된장의 주원료인 콩의 기능성을 연구하던 중 콩펩타이드에 대한 기능을 발견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와 경희대학교, 한국식품연구원 등과 함께 콩펩타이드 연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수년간의 연구를 걸쳐 2015년 체지방과 혈압, 혈당 감소 등의 효능에 특화된 ‘검은콩 펩타이드’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검은콩 펩타이드는 서목태라 불리는 국내산 쥐눈이콩에서 추출한 생리활성 펩타이드를 액상화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농심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특허만 7건에 달한다.
농심은 당시 검은콩 펩타이드의 흥행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한국 전통 소재와 20년 연구개발(R&D) 성과의 결집, 장수식품 등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부터 라면 등 R&D에 대한 경쟁력이 높았던 만큼 기술력에 대한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농심의 기대와 다르게 검은콩 펩타이드는 건기식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 등 현대인들의 ‘대사증후군’ 예방을 겨냥해 출시한 제품이었지만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검은콩 펩타이드의 흥행 부진으로 관련 제품은 2015년 이후 생산되지 않았다. 추가적인 신제품 출시도 없었다.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사업영역 확대를 목표로 세웠었지만 이 역시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농심이 오랜 기간 건기식 사업에 공을 들이고도 빠른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본업인 라면 사업에 집중하자는 경영진의 판단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기식 시장에서 검은콩 펩타이드가 안착하지 못한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관련 사업을 계속 영위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내 스타트업 ‘이너뷰티’ 사업 이끈다
검은콩 펩타이드로 건기식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농심은 현재 콜라겐에 특화된 이너뷰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경영진 역시 과거와 달리 사업다각화 및 신성장 동력에 방점을 두면서 전과 다르게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이너뷰티 시장 역시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농심에는 호재인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콜라겐 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콜라겐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농심이 주력으로 내세운 제품은 ‘라이필 더마 콜라겐’이다. 농심이 자체 개발해 국내기술로는 최초로 식약처 인증을 획득한 콜라겐 성분인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가 주원료다. 피부보습과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보호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2중 기능성 인정을 받았다. 라이필 더마 콜라겐은 지난해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누적 매출액 3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라이필 더마 콜라겐 비오틴’과 ‘라이필 더마 콜라겐 바이옴’을 추가로 선보였다. 라이필 더마 콜라겐 바이옴은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콜라겐과 프로바이오틱스가 함께 들어 있어 피부는 물론 장 건강도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 이러한 농심의 이너뷰티 사업은 사내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능식품마케팅팀이 이끌고 있다. 사업 초기 연구팀의 리더를 맡았던 이현준 팀장이 계속해서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계획에 대한 발표는 없었지만 단기 목표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 팀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능식품마케팅팀은 현재 마케팅 부문 산하에 소속돼 있다. 과거 검은콩 펩타이드가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콜라겐 제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확립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다.
농심 관계자는 “콜라겐을 중심으로 이너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는 제품의 확장보다는 건기식 시장 내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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