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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페이사업 열전]'페이 출사표' 던진 금융지주, 피할 수 없는 흐름 됐다①빅테크 대항마 필요 공감대, 카드사 주축 통합플랫폼 구축 분주

이장준 기자공개 2021-06-10 07:45:23

[편집자주]

금융사가 플랫폼 기업의 '상품 제조사'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빅테크의 성장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이 안게 된 고민이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페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에 맞서 고객을 사로잡을 묘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페이사업에 뛰어든 각각의 배경과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페이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빅테크(big tech) 등 플랫폼 사업자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금융상품 제조업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바탕이 됐다.

지급결제를 주된 사업으로 삼은 신용카드사가 선봉에 섰다. 과거에는 플라스틱 카드를 통해 고객의 사용 습관을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고객의 손에서 페이 서비스가 떠나지 않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맡게 됐다. 다른 페이 사업자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사·빅테크·이커머스 등 페이사업 주체 다양

페이사업은 영위하는 주체에 따라 크게 이커머스(e-commerce), 플랫폼, 카드사, 단말기사업자 등 4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일괄적으로 '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사업에 뛰어든 목적이나 활용도가 조금씩 다르다.

우선 G마켓의 스마일페이, 11번가의 SK페이, 쿠팡의 쿠페이 등은 이커머스 페이는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해 도입됐다. 상품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단계로 넘어갈 때 이탈율을 줄이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카드사의 앱카드나 SMS 문자인증결제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팔아도 결제가 불편하면 고객이 이탈한다고 판단해 결제 기능을 인하우스(in-house)에 탑재했다. 이커머스 페이는 손익과 직결되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페이, 지마켓 스마일페이, KB페이, 삼성페이

다음으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기업의 페이가 있다. 네이버는 검색, 카카오는 메신저 기능을 메인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직접 상품을 생산하는 대신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검색/메신저→콘텐츠→커머스→금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큐레이션(curation)만으로도 쉽게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가처분소득을 끌어내기 위해 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애플페이나 삼성페이는 단말기 판매를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에 해당한다. 고객이 원하는 결제 방식을 휴대폰에 탑재하지만 별도의 커머스 기능이 없어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카드사의 페이 서비스가 있다. 신용카드를 많이 쓰게 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고 온·오프라인에서 결제가 가능해 범용성에 강점이 있다.

특히 앱카드는 온라인 결제를 늘리는 동시에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금융서비스를 유도한다. 카드 금융 서비스 시장은 대개 고객이 급박한 상황에 찾는 경우가 많아 금리보다 편리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명제선 우리카드 디지털그룹장은 "디지털은 오프라인의 단위 시간 당 이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왔다"며 "과거 카드사가 간편결제를 오픈한 이후 소비의 건수 자체가 늘어나기도 했을 만큼 편의성이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에 종속될 수 없다' 위기감, 전금법 개정과도 밀접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국내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그룹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 구축에 발벗고 나선 양상이다. 결제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압도적인 접근성을 자랑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페이 사업에 진출하며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탁월한 플랫폼의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가만히 있다가는 금융사가 여기 종속될 수밖에 없어 직접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편이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각 금융지주에서 카드사가 주축이 됐다. 기존 앱카드를 고도화하는 방식이 가장 빠르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KB금융그룹은 KB국민카드를 주축으로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최초의 통합 간편결제 시스템 'KB페이'를 출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기존 신한카드 앱 '신한페이판'을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한 '신한페이'를 선보였다.

하나금융그룹도 하나카드가 운영 중인 '원큐페이'를 전 계열사와 연동하는 방안을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카드의 '우리페이'를 기반으로 개방형 통합 결제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 NH농협금융도 오는 8월 출시를 목표로 금융그룹 통합 페이먼트 서비스인 'NH페이'를 개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해정 KB국민카드 디지털본부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은 구조(architecture) 자체가 강력해 고객들을 다 뺏기고 있다"며 "기존 금융사들의 위기의식이 극에 달하면서 일하는 방식부터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페이 사업은 추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설될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같은 신규 사업과도 연관성이 깊다. 금융사의 페이 서비스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금 없는 사회'를 넘어 '카드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미 카드사들은 손바닥을 통한 생체인증처럼 휴대폰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세상을 대비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페이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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