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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ETF 실시간 매매' 남은 과제 '당국 설득' 시중은행 상당수 증권사 연계, 당국 유권해석 '낙관적' 무게

이돈섭 기자공개 2021-06-04 08:05:35
은행업권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d Traded Fund)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지주 내 계열사와 협업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지만, 은행업권에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 중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운용상품으로 ETF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퇴직연금을 ETF로 운용하려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로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은행에서 ETF 매매가 아예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신탁 상품을 통해 ETF를 매매할 수 있다. 다만 신탁 상품의 경우 실시간 매매 형식은 아니고, 직전 거래일 펀드순자산가치(NAV) 종가로 매매하든지 5초 안팎의 지연된 매매가를 적용해 사고파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실시간 매매 형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퇴직연금 운용상품 가판대에 ETF를 추가하는 것은 현행법상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은행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면 펀드 판매가 가능한데, 시중은행 대부분은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ETF가 가진 대표적 장점은 주식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팔면서 환금성을 높인 점이 꼽힌다. 그래서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한 은행 신탁형 ETF 매매는 딱히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신탁 판매 창구에서 ETF 매매는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은행업권이 ETF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데는 기술적 이유가 컸다.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증권사 브로커리지 사업이 가능한 수준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은행업권은 굳이 그만한 자금을 투입할 만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관련 사업 절차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ETF에 자금이 쏠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62조151억원.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7% 성장했다.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대부분 ETF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퇴직연금을 ETF로 운용하려는 수요 역시 급증했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업권에서 ETF 실시간 매매 방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주 계열사로 증권사를 두고 있는 은행은 증권사가 운용하는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끌어와 은행 모바일 앱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 스스로 해당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행이 증권사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증권사와 연계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ETF 매매 과정에 필요한 업무가 증권사와 연관돼 있기도 하고, 지주 차원에서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외부 증권사와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증권사와 협업하는 것은 은행이 지금같이 판매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은행 온·오프라인 가판대에 ETF를 올려놓고 매매 주문을 받으면, 뒷단에서 증권사와 운용사 등이 일을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비용 투입 없이 가능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당국이다. 어떤 방식이든 은행이 ETF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게 되면 금융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제출한 비조치의견서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업권은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이미 종가 매매 방식이나 지연 매매 방식이 가능한데, 실시간 매매 방식만 어렵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은행들이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만 제공하고 자금은 증권사나 운용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큰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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