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은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존재다. 보험약관도 수백 페이지에 달하고 한 번 계약을 맺으면 길게는 십수년 동안 보험료를 내야 하는 장기 상품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비대면이나 전화 영업만으로는 완전히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피플라이프는 이 점에 착안해 오프라인 보험샵인 '보험클리닉'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법인보험대리점(GA)이다. 전문 교육을 받은 정규직 상담매니저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상담을 진행해 신뢰를 높이고, 보험 니즈가 높은 소비자가 직접 점포에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기업형 GA 중에서도 독특한 모델을 바탕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리며 2023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1년새 매출 30% 껑충…영업이익 흑자전환

피플라이프는 2003년 삼성생명 출신인 현학진 회장이 설립한 GA다. 2010년대 중소기업 법인영업 시장을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피플라이프는 CEO들의 가업승계 문제와 보험을 접목해 상품 판매 뿐 아니라 경영지원, 세무 설계 등 중소기업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튼튼한 법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에는 조인성, 현빈 등 유명 모델을 기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개인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매출을 크게 늘렸다. 매출액은 2019년말 2420억원에서 2020년말 3130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19년에는 26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2020년에는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아직까지 당기순손익은 적자다.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으로 사업비 지출이 많았고, 내방형 점포라는 새로운 모델을 안착하기 위한 초기비용이 컸다. 지난해에는 적자폭을 좁혔지만 여전히 흑자전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플라이프의 당기순손실은 2019년 328억원에서 지난해 95억원으로 줄었다.


피플라이프가 빠른 성장세에도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9년말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미리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회계상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사모투자펀드 코스톤아시라오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때문이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갖는 동시에 갖는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RCPS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IFRS에서는 RCPS를 회계상 파생상품부채로 인식한다.

다만 이는 회계상의 손실일 뿐 실제 현금유출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RCPS로 인한 당기순손실이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자금유동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기업의 가치가 커질수록 평가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IFRS를 선제적으로 적용한 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피플라이프는 오는 2023년 IPO를 목표하고 있다. 상장기업은 IFRS 적용이 의무사항이다. 외부감사가 아닌 지정감사도 대비해야 한다.

피플라이프가 상장을 추진하는 건 시장변화에 대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보험판매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면서 금융상품 판매전문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IPO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코스톤아시아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도 IPO 전 질적 성장을 위해서다. 코스톤아시아는 당시 610억원을 투자해 피플라이프 지분 33%를 확보했다. 피플라이프는 단순히 외형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했다. 내방형 점포(OTC) 확장, 정규직 상담매니저(EFA) 증대, 플랫폼 출시 등을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올해 매출 10% 성장 목표…수익 기반 다진다

피플라이프는 2021년을 수익구조 기반을 다지는 원년으로 삼았다. 올해 매출 목표는 3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영업이익 목표치는 지난해의 무려 10배다. 올해는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빠른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올해는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보험클리닉 어플리케이션과 영업 지원시스템을 고도화해 현장에 나서는 설계사들의 짐을 덜 계획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GA 시장에서 상품 판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별화된 상품개발에도 나선다.

피플라이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빠른 매출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는 GA업계 재편이 예상되고 영업 환경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