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곳간 두둑' 가온미디어, 이례적 영구채 발행 왜105억 규모 30년 만기, 회계 이점·신사업 성장성 과시 '일거양득'
조영갑 기자공개 2021-06-07 08:04:45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3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가온미디어가 XR(혼합현실) 신사업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30년 만기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해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금성자산과 잉여이익금 등 현금 동원여력이 충분한 상황인 데다 영구채 발행 자금조달이 통상 코스피 상장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가온미디어는 105억원 규모 12회차 전환사채(CB) 85만2618주를 발행한다. 주식총수 대비 5.32%에 달하는 물량이다. 전환가액은 최근 가온미디어의 가중산술평균주가 수준인 1만2315원이다. 형식은 전환사채이지만, 사채만기일이 30년 이후여서 영구채로 분류된다.
눈에 띄는 것은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0%인 데다 영구채 발행 조건에 따라붙는 가산금리(스텝업) 조항도 없다는 점이다. 만기일인 2051년 6월 4일 사채권면액의 100%를 일시에 상환하면 된다.
이자의 부담이 전혀 없는 영구채라 발행사에 매우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 6월 4일부터 만기일 한 달 전까지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고, 70%의 리픽싱(8621원) 조항이 걸려 있다. 최대 121만7965주(7.68%)까지 늘어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부국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기관투자자가 전량 인수했다.
가온미디어는 조달한 자금의 특별한 용처를 배정하지 않고, 우선 XR 신사업을 위한 운영자금으로 분류했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동원해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지만 메타버스(Metaverse) 관련 정부 수주사업의 규모가 크고 시장 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말 가온미디어의 현금성자산은 636억원, 이익잉여금은 1002억원 수준이다. 당좌비율(129.73%), 유보율(2062.93%) 모두 우수한 수준이다.
곳간이 두둑한 상황인데도 굳이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재무적으로 장점이 많고, 향후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영구채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일반 CB처럼 부채로 계상되는 게 아니라 자본으로 인식된다. 유동성을 강화(증자)하면서 부채비율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가온미디어의 1분기 부채비율은
111.94%로 양호한 편이다. 납입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은 한층 개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테크(tech) 섹터에서 이런 조건으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시장에서 가온미디어의 업사이드 포텐셜을 매우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사례인 CJ CGV의 영구채 발행 조건과 비교해도 매력적이다. CJ CGV는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연 1%의 금리를 설정했다.
실제 올해 초를 기점으로 가온미디어는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실적 반등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해외 영업에 강한 가온미디어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200억원가량(19.6%)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가온미디어는 1월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통신사업자 '에티살랏(ETISALAT)'에 AI 셋톱박스 대형 수주를 따낸 데 이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XR 플래그십 프로젝트' 2차사업 협약을 맺으면서 내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1차년도 사업을 통해 경찰의 복합테러 대응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에 활용되는 XR 디바이스 개발을 완료하기도 했다.
XR 관련 기술과 디바이스가 이미 완비돼 있기 때문에 가온미디어는 조달자금을 종잣돈 삼아 타법인 M&A(인수합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XR 관련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나 IP(지식재산권) 홀더 등을 대상으로 '쇼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XR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총 사업규모를 확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운영자금으로 배정하고, 윤곽이 나오면 실제 투자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가온브로드밴드'의 동반 기업가치 상승도 노렸다는 분석이다. 가온브로드밴드는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현재 기업공개(IPO)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정부 디지털 뉴딜 사업을 수주, 밸류를 한껏 높이고 있다. 내년 5월까지 전국 12개 지역 초중고교에 무선 공유기(AP)를 공급한다. 총 3707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모회사가 올해 XR 플랫폼 및 디바이스 부문에서 토탈체인을 구축하면 전체 그룹사의 기업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사업에도 통신네트워크 기술이 접목돼야하기 때문에 자회사와 협업이 필요하다"면서 "(영구채) 자금조달을 통한 메타버스 관련 사업 확대로 양사의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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