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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반쪽 4번타자' 벗어나려면 [thebell note]

이우찬 기자공개 2021-06-08 10:17:54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07: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은 야구로 따지면 붙박이 4번타자다. 매년 타율 3할에 홈런 30방을 날릴 수 있는 선수. 꾸준함과 정교함, 파워 모두를 겸비했다. 그런데 각종 사건·사고로 물의를 일으켜 국가대표 엔트리를 정하는 감독이라면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운 카드일지 모른다.

비철금속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IMF 경제 위기로 국내 산업 전반이 휘청거릴 때에도 역성장하지 않은 기업이다. 1997년~2000년 매출은 9160억원, 1조1030억원, 1조1830억원 등으로 성장했다. 1995년 250억원의 영업이익은 1997년 830억, 1998년 8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9월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전자공시시스템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500대 기업 345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한 기업 13곳 중 고려아연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KT&G, SK텔레콤, 유한양행, 농심 등이 포함돼 있다.

고려아연은 코로나19에도 지난해 최초로 7조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영업이익률은 10%를 밑돈 적이 없다. 계열사 영풍과 함께 아연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아연, 연 이외에 금, 은도 공급한다.

이처럼 흠잡을 데 없는 4번타자지만 국가대표 엔트리에는 선뜻 넣기 어려울 것 같다. 숫자로 나타나는 실력에는 이견이 없는데 사건·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울산에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는 지난달 30일 노동자 2명이 질식사고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고원인은 메탈케이스 냉각 과정에서 사용된 질소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9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기 위한 강도 높은 감독이 필요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울산 고려아연 2공장에서는 2016년 6월 황산 유출 사고로 사상자 6명이 발생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향후 5년 동안 안전 등 분야에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책이 무색하게 잇따르는 노동자 사망사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ESG 요소를 담은 가칭 '지속가능보고서'를 올해 발간할 예정이다. 지속가능보고서를 펴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일 만큼 그동안 ESG 등 비재무적 요소에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사업보고서에 노동자 산업재해 사고 등 제재현황을 공시하는 것과 달리 재해 현황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하지 않는 것도 대비된다.

현재 고려아연은 타율, 홈런 등 숫자로 나타나는 '실력'만 갖춘 반쪽짜리 선수로 평가된다. 그동안의 사건·사고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국가대표 엔트리에 승선하는 데 이견이 없는 '진짜' 4번타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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