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상반기 바이오 업계에는 난데없이 수수께끼 바람이 불었다. 출발점은 두 달 전인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제자는 방역당국의 관계자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내 기업이 8월부터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위탁생산(CMO) 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자세한 내용은 기업 간 계약사항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가만히 있어도 설(說)이 무한히 양산되는 바이오 업계에 해당 발언은 더없이 좋은 재료였다. 백신 종류 같은 작은 힌트도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CMO 기업을 찾느라 분주했다. 백신 수급 불안에 떨고 있던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만 따낸다면 수익성 개선은 당연지사였다.
후보군도 많지 않았다. 물질을 생산할 기술력을 보유하거나 충진·포장(fill and finish)의 완제(Drug Product) 생산 설비를 갖춘 업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는 일찌감치 기관 대상 NDR을 돌며 CMO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테마주로 묶인 CMO 후보 업체들은 주식시장에서 나날이 몸값을 끌어올렸다.
실체 없는 소문과 근거가 빈약한 예측이 난무했던 지난달 중순, 한 매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의 백신을 생산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보도 당일인 오전 8시 29분, 주식시장이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명 공시를 띄웠다. 짧고 굵은 한마디만 남겼다. "사실이 아닙니다"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보도도 아닌데 이토록 빠른 속도로 속시원하게 해명에 나선 모습은 너무도 신선했다. 테마에 편승하지 않아도 본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일종의 자신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최근 1년간 코로나19 관련 테마주로 분류되던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호재를 마다하는 해명 공시를 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 단 한 곳도 없다. 반면 분명한 악재에도 '미확정'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두루뭉술하게 공시한 업체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것 마저 없이 입을 꾹 다문 업체가 대부분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게 맞다는 점이다. 계약 상대방이 화이자가 아니었을 뿐 모더나 백신을 완제 생산한다.
코로나19를 포함한 수많은 테마주에서 학습했듯 '설'로 뜬 주가는 빠른 속도로 빠진다. 결국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것은 설을 현실로 만드는 실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처럼 사정을 가감없이 밝히는 공시가 어려운 전문용어로 포장된 공시보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 백신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공시한 날 주가는 전일 대비 5%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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