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의 변신]광폭 투자 행보의 비결은 '견고해진 재무'②순현금 -1조에서 '제로' 수렴, 배당 아끼며 투자 재원 마련
박기수 기자공개 2021-06-29 13:20:05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리조트 인수(2554억원), 금호미쓰이화학 MDI 증설(4000억원), 금호폴리켐 지분 50% 인수(1513억원), NB라텍스 증설(2560억원)까지. 약 반 년 만에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발표한 투자만 1조원이 넘는다. 업계는 금호석유화학의 투자 기조가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는 평가를 보낸다.금호석유화학은 3년 전까지만 해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말 별도 기준 순현금은 -1조77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07%로 자율협약을 맺고 있을 2010년대 초반보다는 크게 낮아졌지만 사내에는 1조원 넘는 차입금이 있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재무 상황이었다.
2017년 말 박찬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부인'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경영 정상화를 이룬 지 5년이 지난 금호석유화학을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자로 꼽았다. 다만 당시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순현금 -1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 회장이 "인수할 돈도 없다"고 말했던 배경이다.
'순현금' 추이는 최근 광폭 투자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다. 최근 달라진 투자 기조도 순현금 상황과 관련이 깊다.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순현금은 -1004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63.4%, 4.3%으로 '건전한'을 넘어 '견고한' 수준의 재무구조를 갖췄다. 금호석유화학의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볼 때 사실상 무차입 경영의 수준까지 오른 셈이다.
순현금의 '제로(0)' 수렴은 차입 감축과 현금 축적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다.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6995억원으로 자율협약 졸업 당시였던 2012년 말(1조7765억원)보다 61%, 2018년 말(1조1463억원)보다 39% 줄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2018년 말 693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5991억원으로 무려 8.6배 늘었다.
견고한 재무구조의 결과는 비단 차입 감축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차입 감축이 이뤄지기 시작했던 2017년 이후 배당성향을 매년 20% 이하(연결 기준)로 유지했다. 2018년 배당성향 7.5%를 기록하는가 하면 2019년에는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수익(630억원)보다 적은 배당금(409억원)만을 주주들에게 풀었다.
낮은 배당성향은 주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추후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 전략 상의 판단으로도 여겨진다. 최근 투자 기조를 공격적으로 전환한 금호석유화학은 중장기 경영 계획 발표를 통해 "친주주 정책 일환으로 별도 기준 20~25%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들의 재무 상황을 연결한 연결 재무지표 역시 건실하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60.17%, 2.69%다. 금호석유화학은 자산 1조3076억원(작년 말) 규모의 금호피앤비화학과 금호페트로홀딩스(중국)·금호개발상사·금호티앤엘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지분 인수가 예고된 금호폴리켐도 종속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