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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잠재 인수후보군 점검]포스코, '잠재 후보 리스트'서 빠지지 않는 까닭보유현금 4.5조, 재무여력 '넉넉'…산은·정부가 원하는 조건 갖춰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06 15:10:46

[편집자주]

HMM은 약 5년전 해운업이 침체하면서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해운업이 회복되면서 반전을 이뤘고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를 거듭하고 있다. 주가도 드라마틱하게 급등했다. 산은이 HMM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 도래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잠재 인수후보자가 거론된다. 더벨이 HMM 새주인 후보자들의 거론 이유와 시너지 효과, 자금력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HMM(옛 현대상선)의 새주인이 될 잠재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돼온 기업이다. 올초 산업은행이 HMM 조기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때부터 빠짐없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불발됐지만 2018년 초 산은으로부터 HMM 인수를 제안받기도 했다.

당사자들의 강한 부인으로 연초 불거졌던 포스코의 HMM 인수설은 일단락 된 듯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장이 열리면 다시 유력 후보로 급부상할 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포스코가 HMM을 품는 게 산은이나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그림'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포스코를 예의주시하는 까닭은 의외로 간단하다. 예나 지금이나 '풍부한 자금력'이 가장 먼저 꼽힌다. 막대한 자금 투입으로 HMM을 살려놓은 산은 입장에선 재무적으로 건실한 잠재적 원매자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야만 기업 구조조정 포트폴리오에 하나의 '성공 사례'를 추가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추진 중인 해운업 재건을 성공리에 끝내기 위해서도 추가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HMM은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 해운사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포스코를 HMM의 새주인으로 점찍어 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몸값 오른 HMM, 산은 지분 25%로 '껑충'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HMM 민영화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건 산은이 보유 중인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달 중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식 전환을 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며 전환권 행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재 산은은 HMM 지분 11.94%를 들고 있는 단일 최대주주다. 전환청구기간의 마지막 날인 29일 전환권을 행사헤 조만간 지분율이 25%까지 치솟게 된다. 신용보증기금(6.06%)과 해양진흥공사(3.44%) 몫까지 합한 범정부 지분은 23.1%에서 34.5%로 확대된다.


이 회장은 "HMM 매각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달긴 했으나 "매각을 검토한 적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해당 발언을 연내 매각 절차에 착수할 거란 의미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잠재적 원매자들이 하나 둘 언급되기 시작했다.

다만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HMM이 지난해 이례적인 해운업 호황과 만나 급격히 덩치가 커진 영향이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웬만한 자금력 없이는 섣불리 인수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2018년 초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들이 부실기업이라며 퇴짜를 놨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산은 입장에선 차익 극대화를 위한 매각 적기지만 잠재적 원매자 풀(POOL)이 마냥 넓진 않은 셈이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산은의 역할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기업이 HMM을 넘겨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따라 보유현금이 풍부한 후보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포스코다.

◇현금곳간 가득찬 후보 거론, '자금력 탄탄' 포스코에 눈길

포스코는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4조5461억원으로 넉넉한 현금보유량을 자랑한다. 이는 현재 주가(28일 종가 기준 4만4300원)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HMM의 최대주주에 등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산은이 보유한 지분 전량(1억119만9297주·24.96%)을 인수하려면 4조5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물론 해양진흥공사(3.44%)와 신용보증기금(6.06%) 등 범정부 지분을 모두 가져가려면 1조7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M&A 장이 서면 기업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지금보다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인수기업의 재무상태에 대한 검증이 더 꼼꼼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HMM 매각은 단순한 일반 기업 M&A와 차이가 있다. 사실상 국내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로 봐도 무방하다. 해운산업이 10여년 만에 호황을 맞은 지금 HMM을 민영화해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경쟁력을 잃은 해운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키고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상태다.


HMM이 경영정상화에 바짝 다가설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 덕이다. HMM은 지난해부터 이달 말까지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모두 스무척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선복량을 45만TEU에서 약 90만TEU로 두 배 가량 확대했다. 1년 미만 용선을 제외하더라도 약 83만TEU다.

그럼에도 최근 수출기업들이 선복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등 한진해운 파산의 그림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HMM에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방증이다. 지금보다 더 선복량을 확대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고 성공적인 해운산업 재건도 가능해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로서는 인수기업의 재무여력을 1순위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정부 안팎에서 HMM의 새주인으로 포스코를 낙점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초에도 포스코가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이 아니라 산은 쪽에서 먼저 옆구리를 찌른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는 인수설 확산 당시 공시를 통해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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