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01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12월 어느 날 오전 10시 15분에 IR 부서로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주주 전화였는데 개장 이후 거래된 주식 수가 59주에 불과한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를 떠나 일단 주식이 거래가 돼야 하지 않겠냐면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말이 뼈아팠습니다."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번이나 분할합병 증권신고서 퇴짜를 맞았던 삼광글라스(현 SGC에너지)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합병 이전 삼광글라스는 사면초가의 위기였다. 201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낸데다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았다. 2019년에도 손실을 내면서 2년 연속 적자였다. 상장기업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장폐지 위기감이 맴돌았다.
고민 끝에 삼광글라스는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과 합병하고 군장에너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을 묶어 사업지주 체제로의 전환 소식을 알렸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라면서 합병 비율에 반대하는 주주와 여론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다.
SGC에너지는 우여곡절 끝에 합병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11월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했다. 합병 8개월 가량이 지났다. SGC에너지의 주식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는 4월20일부터 SGC에너지 지분을 30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달에도 기관 투자자가 10일 이상 연속 순매수한 종목에 포함됐다. 6월30일에도 연기금 등이 1억원 이상 순매수 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의 러브콜을 받는다는 것은 시장에서 '우량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거래량이 증폭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상폐 위기에 몰렸던 과거를 생각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3사 분할합병 거래를 주도한 오너3세 이우성 SGC에너지 부사장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를 최대한 경영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를 경영의 중심에 두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말한다. 경영의 중심을 주주 가치 극대화에 두는 것으로, 주주자본주의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미국의 경우 주주에 대한 배당이나 시세차익을 확보해주는 것은 물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을 크게 의식하고 경영한다.
SGC에너지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합병 당시 주주와의 약속을 차츰 실천하고 있다. 3사 분할합병 목적 중의 하나가 '삼광글라스 살리기'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회사를 살린다는 건 오너뿐만 아니라 운명 공동체인 삼광글라스의 주주를 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충격 속에 지난해 2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SGC에너지 주가는 최근 2~3배가량 올랐다.
이 부사장은 3사 분할합병을 통해 SGC그룹의 지주사로 출범한 SGC에너지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결과론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거래로 비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상폐 위기까지 몰렸던 삼광글라스 주주를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는 레토릭이 진의로 인정받느냐 여부는 앞으로 이 부사장과 SGC그룹이 어떤 주주 자본주의 길을 걷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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