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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부지런한 '원칙주의자' 김재정 채권운용본부장⑥운용전략회의 전원협의체 운용, 개별 운용역 폭넓은 재량권 부여

이돈섭 기자공개 2021-07-09 13:01:33

[편집자주]

1996년 신한투자신탁운용으로 출범한 신한자산운용은 70조원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5위 종합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2002년 프랑스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와 합작법인을 결성해 18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다. 2021년 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BNP파리바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새 출발을 알렸다. 더벨이 변화와 도약을 준비 중인 신한자산운용의 핵심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7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자산운용 채권투자운용본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원팀(one team)'이다. 본부 안에 5개 팀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운용 전략 수립과 투자 실행 과정에 참여한다. 부서원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운용전략회의를 전원협의체로 운용하는 한편, 개별 운용역에게는 폭넓은 재량권을 허용한다.

신한운용 내부에서도 팀워크로는 정평이 나 있는 채권투자운용본부 전체를 총괄하는 인물은 김재정 본부장이다. 채권시장에서 20년 경력을 쌓아온 김 본부장이 강조하는 것은 '상대가치운용' 원칙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팀 전체 유기적 협업을 도모하는 것이 그의 조직 운용 전략이다.

◇ "열심히 하면 성과 나오는 채권에 끌렸다"

김 본부장이 자산운용업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한양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한 선배가 동양투자신탁운용 컴플라이언스팀 고용 소식을 전해준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시험공부로 상법 지식에는 자신이 있어 지원했고,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당시 업무는 준법감시에 치중해 있었다. 당시엔 전산화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던 터라, 수기 계산 등에 따른 실수가 잦았다. 특히 매매가 잦은 단기금융펀드(MMF) 위반 빈도가 높았고, 운용역들과 소통하는 시간 역시 많아졌다. 여기에 성과평가 업무에도 관여하면서 자산운용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동양그룹에서 운영하는 '차세대 펀드매니저 양성과정'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운용역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결국 22명 교육생 중 한 명으로 선발돼 실무교육을 받고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주력 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는 채권을 선택했다.

"채권 운용의 경우 주식, 대체자산 등과 비교해 변동성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고요.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는 의미죠. 밖에서 보면 채권 운용이 상당히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실제 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열심히 하면 뭐라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장에 데뷔한 된 그는 MMF 운용에 주력했다. 시간이 갈수록 단기자금 매칭 성격이 강한 MMF 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장기 채권을 운용하고 싶어졌다. 본인만의 전략을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KDB산은자산운용과 흥국자산운용을 거쳤고 보험사 자금 유치 등 구체적 성과를 하나씩 쌓아나갔다.

그런 그가 신한운용에 합류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신한운용에선 '상대가치운용' 매력에 푹 빠졌다. 상대가치운용이란 시장 전망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상대 가치 대비 싼 것은 사고 비싼 것은 판다'는 원칙이다. 평소 갖고 있던 철학과 맞닿은 원칙에 고개를 끄덕이며 2018년 지금의 직책을 맡았다.

올초 신한운용은 그룹의 완전자회사가 되면서 BNP파리바가 관철해왔던 운용제약을 벗어던졌다. 운용 재량이 커진 것. 신한운용이 2001년 설정해 20년째 운용하고 있는 '신한베스트크레딧'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약 2.1%. 400억원 안팎 수준이었던 운용규모는 불과 1년 만에 5000억원을 육박하는 규모로 폭풍 성장했다.


◇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에 방점"

물론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2018년~2019년 10년물 금리가 20·3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났을 때다. 보험사 중심으로 초장기물 수요가 증가하고 일부 절대수익추구 펀드가 30년물을 차입해 매도하는 전략에 주력하면서 손절성 매수세가 유입됐고, 금리 역전 폭이 -15bp 이상 확대되기도 했다.

채권투자운용본부는 30년물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10년물을 매수하는 포지션을 유지했다. 그 결과 초장기채권을 대부분 매도한 상태에 이르러, 약간의 금리 역전폭 확대에도 일일 성과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펀드의 상대 성과도 부진해 수익자들의 성과부진 보고서 요청도 급증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스프레드가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서 펀드 성과도 궤도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에서 원칙을 유지하며 성공 확률을 높이려고 했다"라며 "마음고생 많았던 그 당시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일관된 운용원칙과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채권운용본부는 운용전략회의를 전원협의체로 운영하고 있다. 개별 운용역에게 펀드 특성에 따라 운용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큰 틀에서 전략을 제시하고 운용역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서로가 성장하는 조직을 구축하려는 김 본부장의 철학이 짙게 묻어난다.

"지금은 제가 직접 운용에 관여하며 상당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큰 틀에서 운용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싶습니다. 펀드를 직접 운용하면서 시장을 보면,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과에 중점을 두고 조직을 운영코자 합니다."

향후 목표는 기관 중심의 채권형 펀드를 리테일 공모로 확대하는 것. 신한운용이 올해 선보인 '신한지속가능경영ESG'가 시작이다. 신한운용은 해당 펀드 시리즈에 십억원 단위 고유재산을 투입하면서 힘 싣기에 나섰다. 절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리서치 역량이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해 전담 인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하는 것은 '부지런함'이다. 그는 "상대가치운용을 위해서는 시세변동에 따른 단기매매보다는 지속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 부지런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펀드 성과가 좋다는 얘기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 가치가 정상화됐거나 고평가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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