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기금관리 로드맵 점검]'골칫덩이' 수협은행, 회수율 낮은데 늘어난 요구사항④5년간 배당 3400억 그쳐, 중앙회 법인세 감면 맞딜 제안 '꼼수'
이장준 기자공개 2021-07-14 07:27:46
[편집자주]
예금보험공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한 기관이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지만 공적자금의 회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뜻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상환기금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션이 끝난 건 아니다. 2027년까지 잔여 공적기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 로드맵을 들여다보고 실현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2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수협은행(옛 수협 신용사업부문)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제때 회수할 수 있을까. 2016년부터 배당을 통해 상환이 이뤄졌는데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수협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낮은 자본비율도 성장의 발목을 잡으며 회수가 지지부진한 양상이다.나아가 수협중앙회는 '정석' 대로 상환하는 대신 정부가 세제 지원을 해주면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인세와 공적자금 모두 수협중앙회가 별도로 책임져야 할 몫인데 자구 노력은 뒤로 한 채 둘을 상쇄하겠다는 '꼼수'만 노린다는 지적이다. 최종 회수 목표 시점인 2028년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신용사업부문→은행' 전환, 타이트한 재무·비재무 목표관리
수협중앙회는 1962년 10월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거해 창립됐다. 이듬해 5월부터 여신업무를, 1969년부터는 수신업무를 개시했다. 1979년에는 외국환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고 1988년에는 신탁업무, 1991년 신용카드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를 비롯한 거래 기업들이 줄줄이 부실화했다. 수산정책자금 역시 부실화하면서 누적 결손금이 9887억원에 달했다. 이에 예보는 이듬해 4월 운영위원회를 열어 수협중앙회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신용사업 부문에 1조1581억원을 투입해 구조에 나서기로 했다.
자금 지원은 그해 4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양도와 매입·소각이 가능한 우선출자 형태로 이뤄졌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에서 국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정리 방식을 택했다. 신용사업부문은 공적자금 지원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10% 수준으로 개선됐다.
물론 대가 없는 '공짜 지원'은 아니었다.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이라는 제약이 따랐다. 필수 이행 사항은 크게 △경영 지배구조 개편 △비신용사업부문과의 거래 △여신리스크 관리 △경영 Infrastructure 구축 △단위 조합의 부실화 예방(중앙회장 추진사항) △재무비율 개선 등 6가지로 구성됐다. 수협중앙회는 이듬해 말까지 이를 달성해야 했다.
수협중앙회는 이를 위해 비신용사업부문과 차단벽(Firewall)을 구축했다. 공적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는 원칙하에 금융 수익을 지도사업(어업인 교육)이나 경제사업(수산물 유통)에 쓰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아울러 NPL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예보는 수협은행의 재무비율을 타이트하게 관리했다. 처음 MOU를 맺을 땐 4개년 치 목표를 한 번에 제시했다. 당시 수협 신용사업부문은 2004년 말까지 총자산순이익률(ROA) 1%, 1인당 영업이익 1억8000만원, 고정이하여신(NPL)비율 3.5% 등 6개 재무비율을 우량 은행 수준으로 맞추라고 주문했다. 이후 매년 적정 수치를 조정하며 이행 결과를 점검하고 있다.
강제성도 지닌다. 약정을 어길 시 예보는 수협은행 임원의 업무집행을 정지하고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직원 징계 요구도 가능하다.
아울러 재무비율을 2회 이상 달성하지 못할 경우 총 인건비의 인상을 포함해 비용 증가를 수반하는 일체의 복리후생제도 변경을 못 하도록 했다. 2015년 말에는 연도 말 기준 재무비율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당해 복리후생제도를 고정하기로 계약을 일부 수정했다.
2016년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은 물적분할해 주식회사 수협은행으로 전환됐다. 수협중앙회가 1962년 설립된 지 약 54년 만에 완전 자회사로 독립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와 동시에 공적자금 회수작업도 시작됐다. 갚아야 할 공적자금은 수협중앙회 내 신설된 신용사업특별회계에 남았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이익배당금 등을 재원으로 활용해 예보의 우선출자증권을 매입·소각하는 식으로 2028년까지 이를 모두 상환해야 한다.
2016년 12월 곽범국 당시 예보 사장과 이원태 초대 수협은행장이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를 다시 작성했다. 수협은행은 매년 예보에 재무건전성, 수익성 등 재무비율과 더불어 경영·영업전략, 리스크관리, 인력·경비관리 등 비재무부문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졌다.
올해의 경우 BIS자기자본비율은 줄곧 11%선을 유지해야 한다. 세전이익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올해 말 기준 0.56%를, 1인당 조정영업이익은 3억3000만원을 넘겨야 한다. 판매관리비용률은 52.1%,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의 경우 0.4%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2년 연속 수익성 약화, 낮은 자본비율 부담
출범 이후 5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지금 수협은행은 공적자금을 충분히 상환했을까. 답은 '아니오'다. 그간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회수 추이를 살펴보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수협은행 출범 첫해인 2016년 배당금은 총 87억원에 불과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100억원, 1320억원씩 중앙회에 배당하면서 적극적인 상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듬해 배당금이 500억원으로 쪼그라들더니 지난해에는 350억원에 그쳤다. 지난 5년간 갚은 돈은 상환해야 할 총금액(1조1581억원)의 30%가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수협은행이 지닌 두 가지 한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약화했다. 2018년 330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675억원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307억원에서 1816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자본적정성 지표가 취약하다는 점도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BIS비율은 13.28%를 기록했다. 국내 모든 일반은행, 특수은행을 통틀어 가장 저조한 수치다.
자본금 규모가 크지 않아 영업을 확장하기 어려운데, 수익성이 악화하자 이익잉여금이 충분히 쌓이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저도 배당 재원으로 쓰기 급급한 실정이다. 자본 여력(buffer)을 충분히 마련해야 유사시 리스크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여파의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중앙회 주도로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해부터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조세법을 개정해 수협은행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면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인세 감면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면 어업인 지원은 물론 배당 여력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인세 감면은 곧 정부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법인세와 공적자금을 서로 상쇄해 전체 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속셈이 담겼다는 평가다. 수협중앙회 측은 물밑에서 꾸준히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예보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16년부터 2028년까지 갚아야 한다는 스케줄은 명확하다"며 "채무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환할지 계획을 세우는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요구 사항은 많지만 자구 노력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지배구조 이슈까지 불거지며 경영 정상화가 아직 요원함을 보여줬다. 작년 10월 수협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압축후보군(숏리스트) 5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으나 결국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재공모에 이르렀다.
이를 반영해 올해 경영정상화 계획 비은행부문 목표에는 ESG 경영 강화가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및 취약계층 자금공급 강화'에서 나아가 '이사회 등 지배구조의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재무·비재무 측면에서 모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가운데 예보가 스케줄에 맞춰 회수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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