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인사이드/소프트뱅크벤처스]'트렌드 변화' 정면 승부, AUM 1.7조 운용사로 '우뚝'①설립 21년차, 우여곡절 딛고 '해외 투자·대규모 펀딩' 입지 다져
박동우 기자공개 2021-07-20 07:54:25
[편집자주]
벤처 육성과 창업 활성화 기조로 벤처캐피탈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벤처캐피탈 르네상스는 창업 생태계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환기 시장을 이끄는 주역들의 성장 스토리를 비롯한 경영전략과 맨파워, 투자현황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운용자산(AUM) 1조7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ICT 산업의 팽창, 글로벌화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트렌드 변화를 포착하고 정면으로 승부수를 띄운 덕분이다.제1 벤처 붐이 꺼지면서 한때 초기기업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가 악재를 맞닥뜨린 순간도 있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문규학 대표 체제로 재편하고 위기를 헤쳐나갔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딜(Deal)로도 눈을 돌렸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의 입지를 다졌다. 토코피디아, 코코네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을 발굴해냈다. 2018년부터 운용사 경영을 총괄한 이준표 현 대표는 대형 펀드를 잇달아 조성하면서 AUM 확대에 기여했다.
◇'한국시장 눈독' 손정의 회장 주도, 경영전략 쇄신 '문규학 체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00년에 문을 연 창업투자회사다. 일본계 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이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면서 운용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제1 벤처 붐'이 일면서 인터넷 기술을 갖춘 회사가 출현하는 동향을 접해서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가 자본금으로 200억원을 출자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소프트뱅크의 한국 법인이다. 지금은 소프트뱅크가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단일 주주이나, 당시에는 삼보컴퓨터의 자회사인 나래이동통신이 20%의 지분을 보유했다. 나래이동통신은 1990년대 무선호출기 '삐삐'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자로, 소프트뱅크와 협력하면서 IT 영역에서 시너지를 냈다.
이홍선 나래이동통신 사장이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소프트뱅크, 삼보컴퓨터 등의 실탄을 토대로 약정총액 500억원의 '1호 조합'을 결성했다. 펀드 운용은 녹록치 않았다. 벤처 버블이 꺼지며 초기기업에 지원한 자금을 회수할 경로가 막혔던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모회사도 악재를 만났다. 2002년 하반기에 소프트뱅크코리아에서 분사한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가 허위 매출을 만들어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기업과 상품을 거래하지 않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다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대내외 환경의 급변 속에 2002년 문규학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문 대표는 삼보컴퓨터 전략기획팀을 거쳐 미국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손 회장을 설득해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출범을 이끌어낸 '키맨'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경영 전략을 쇄신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회사를 겨냥해 자금을 집행하는 비중을 늘렸다. 초·중·후기 기업을 일정한 비율대로 고르게 나눠 포트폴리오에 담는 기조를 설정했다.
△이노비즈 펀드 △03-7 소프트뱅크 벤처투자조합 △레인저 벤처투자조합 △하이브리드 1호 투자조합 등을 연이어 론칭했다.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 '곰플레이어'를 만든 그래텍(현 '곰앤컴퍼니'), SK네트웍스에서 스핀오프한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 'ISE커머스' 등이 2000년대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으로도 눈을 돌렸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2003년에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라이선스를 따냈다. 2006년 쌍용제지, 오토윈테크(현 '키이스트')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성사해냈다.
◇'코리아→아시아' 사명 변경, 외형 확대 견인 '이준표 체제'
모험자본업계는 2010년대부터 팽창의 기회를 맞았다. 스마트폰의 보급에 힘입어 모바일 분야 신생기업들이 생겨난 덕분이다. 문 대표는 'ICT 기업 투자'와 '글로벌 시장 개척'이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중심 역할이라고 인식했다.
2011년에 875억원의 '에스비팬아시아펀드'를 조성하면서 해외 투자의 물꼬를 텄다. 국민연금의 팬아시아펀드 출자사업에서 위탁운용사(GP)를 꿰차면서 만들어졌다. 조합 규약에 따라 약정총액의 45%까지 아시아 권역에 집행할 수 있었다.
소프트뱅크가 미국,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에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운용사의 경쟁력을 찾았다. 외국 현지에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는 파이프라인으로 활용했다. 한국 기업이 국외 진출을 모색할 때 사업의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데도 용이했다.
'타임머신 전략'을 앞세워 해외 투자처를 탐색하는 기조도 정립했다. 한국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갖추면서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를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타깃으로 번역 자막을 제공하는 싱가포르 기업 '아이유노' 등을 발굴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문 대표는 재임 17년차에 접어든 2018년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떠났다. 비전펀드의 아시아 투자 총괄 파트너로 자리를 옮겼다. 이준표 파트너가 제3대 수장을 맡았다. 이준표 대표는 창업자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다. PC 원격 제어 프로그램 개발 업체 에빅사 등을 세운 경력을 갖췄다.
이 대표는 사세 확장에 불을 댕겼다. 운용자산(AUM)이 빠르게 확대됐다. 그가 취임한 2018년 AUM은 8000억원대에 그쳤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조680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형 펀드를 론칭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19년 3410억원의 벤처조합인 '그로스엑셀러레이션펀드'를 조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 모태펀드, 국민연금 등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유한책임조합원(LP)을 끌어들였다.
회사 간판에 달린 '코리아'를 떼고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한국 시장을 넘어 해외 기업을 투자하는 운용사로 확고하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TPG아시아그로쓰와 공동 운용사(Co-GP)를 이뤄 3억달러의 '차이나벤처스펀드Ⅰ PEF'를 조성하면서 역외 투자에 가속도를 붙였다.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몬스터, 핀테크 솔루션 회사 오페이 등 중국 기업을 집중 지원했다. TPG아시아그로쓰가 GP에서 이탈하면서 펀드 운용이 난관에 부딪친 적도 있었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분을 매입하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올해도 펀드레이징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1064억원의 'SVA 스마트대한민국 펀드'를 클로징했다. 네이버, LG테크놀로지벤처스, KT, 펄어비스, 크래프톤, 넥슨 등이 LP로 참여한 퓨처이노베이션 제3호 PEF도 1억7700만달러 규모로 출범했다.
모험자본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IT기업 전문 투자사로 출발해 글로벌 벤처캐피탈로 변모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창업 생태계의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 발빠르게 대응한 노력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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