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분리 내부거래 점검]한솔家 레버런트파트너스 독립은 왜 주목받지 않았나⑨공시대상기업집단서 제외, 사익편취 감시망서 벗어나...내부거래, 계열분리 걸림돌
박상희 기자공개 2021-07-19 10:56:52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다. 당초 상장사는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만을 규제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 계열사'와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자회사'로 확대됐다. 여기에 정규 조직화된 기업집단국에서 친족 독립경영 인정 제도도 손보기로 하면서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졌다. 대기업 친족 분리와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5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동생인 구연경 씨의 남편이 세운 회사인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가 2019년 6월 친족분리 됐다. 최근 공정위가 분리된 친족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려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 사례 중 하나로 LG그룹을 언급하면서 다시 주목 받았다.비슷한 사례가 한솔그룹에서도 있었다.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손녀사위가 세운 레버런트파트너스는 2019년 친족분리 됐다. 레버런트파트너스는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와 마찬가지로 동일인의 친족이 설립했다 계열분리 한 금융투자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친족분리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왜일까.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반면 한솔그룹은 2019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롭다. 한지붕 두가족 체제인 한솔그룹 내 한솔케미칼(조동혁 회장)과 한솔홀딩스(조동길 회장)가 쉽사리 계열분리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20%를 웃도는 내부거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故) 이인희 한솔 고문 손녀사위 설립 레버런트파트너스, 친족분리
레버런트파트너스는 2017년 7월 이진상 전 포레스트파트너스 공동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자본금은 1억원으로 투자, 컨설팅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투자자문사다. 반도체 스타트업 파두,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등 테크 중심의 그로쓰 기업에 투자해왔다.
고 이인희 고문의 손녀사위이기도 한 이 대표는 레버런트파트너스의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삼성물산을 거쳐 SC은행(싱가포르, 한국)에서 구조화 금융을 담당했으며, 2016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를 공동창업했다.
이 대표는 고 이인희 고문의 장남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의 둘째 딸 조희주씨의 남편이다. 조희주씨는 언니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과 달리 현재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동일인(총수)이 단독 또는 친족(배우자·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계열사, 비영리법인, 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와 합해 지분 30% 이상인 회사를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규정하고 있다. 친족인 이 대표가 설립한 레버런트파트너스는 한솔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해당되는 회사를 설립 또는 지분 취득한 달 이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상 위장 계열사가 된다. 레버런트파트너스는 2017년 7월 설립됐지만 한솔그룹에 편입된 건 2018년 8월이다. 이 때문에 레버런트파트너스와 한솔그룹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위장 계열사(미신고 계열사) 고의성 여부를 조사 받기도 했다.
레버런트파트너스는 한솔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지 얼마 되지 않아 공정위에 친족분리를 신청했고, 받아들여졌다. 레버런트파트너스는 한솔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전혀 없어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자유롭다. 이 대표는 물론 조희주 씨도 한솔케미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피해 갔다.
◇대기업집단 제외 이전 한솔케미칼 내부거래 비중 20% 웃돌아
레버런트파트너스가 사익편취금지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해간 것은 내부거래가 없고 지분관계가 얽혀있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솔그룹이 2019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서 사익편취금지규정 대상 기업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한솔그룹은 2018년 한솔신텍 매각 등 체질 개선 차원에서 진행된 '몸집 줄이기'로 자산총계가 5조원 이하로 내려가면서 이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한솔그룹은 2013년 당시 자산총계 5조원을 돌파하며 새롭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기준이 10조원이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기준은 5조원 이상이었다. 2017년 개정이 이뤄지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지단'으로 지정하면서 한솔그룹의 지위도 바뀌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사익편취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된 한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다. 한솔그룹은 지난해와 올해에도 자산규모가 5조원을 넘지 않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된 상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던 2018년 한솔케미칼 공시에 따르면 2017년 내부거래 규모는 624억원으로, 전체 국내 매출(2862억원)의 21.80%를 차지했다.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다. 내부거래 금액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534억원이 한솔제지를 대상으로 발생했다.
한솔그룹의 축은 한솔케미칼과 한솔홀딩스(한솔제지) 계열 등 두 갈래다. 한솔케미칼은 조동혁 회장이, 한솔홀딩스는 조동길 회장이 이끌고 있다. 각각 고 이인희 고문의 차남과 3남이다. 한솔케미칼 계열과 한솔홀딩스 계열은 같은 '한솔'이라는 사명을 공유하지만 서로 중대한 지분 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독립된 관계다.
다만 사업적으로는 내부거래 등으로 얽혀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 친족분리를 시도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정위는 친족분리 제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018년 시행령을 개정했다. 친족 독립경영 인정 회사들은 신청 당시 이전 집단 계열회사와 상호 거래 관계가 없거나, 있더라도 그 비중이 매우 낮아야 한다. 한솔그룹이 계열분리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내부거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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