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19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신규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후 첫 자금 조달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마친 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 메자닌을 발행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펀더멘털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조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업종 특성상 메자닌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020년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총 20곳(스팩 제외)이다. 공모 자금은 2~3년간 운영, 시설투자 등에 공모 자금을 활용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해당 기간 동안 자금 조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들 가운데 5곳은 상장 1년이 안된 시점에서 메자닌을 발행(이달 19일 기준)해 눈길을 끌었다. 이오플로우, 클리노믹스, 피플바이오, 젠큐릭스, 제놀루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놀루션을 제외한 네 업체는 IPO 공모액보다 많은 규모로 전환사채(CB)나 전환우선주(CPS) 등을 발행했다. 이들 5개 기업의 공모액은 934억원이었으나 메자닌 발행량은 155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IPO를 마친 기업들은 한동안 에쿼티(Equity)를 활용한 조달에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오버행 가능성 등은 주식 가치에 부담을 안기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오 기업들은 적자가 지속되는 탓에 투자 수요가 확인되면 메자닌 발행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2019년 18곳의 신규 바이오 상장사 중에서 수젠텍, 올리패스, 리메드, 천랩 등이 메자닌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IPO 이후 1년이 안 된 시점이었다. 올해는 당국의 CB 규제 강화 등으로 바이오 기업들의 메자닌 발행 시기가 더욱 앞당겨지는 추세다.

가장 빠른 시점에 시장성 조달을 개시한 업체는 이오플로우였다. 상장 4개월 만인 올해 1월 35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자금 부족에 따른 유동성 확보는 아니었다. 1분기 기준으로 이오플로우에는 사용하지 않은 공모액 115억원이 남아 있다. 해당 메자닌은 R&D에 속도를 내기 위한 추가 펀딩이었으며 쿠폰금리와 만기이자가 모두 제로(0%)였던 만큼 비용절감 효과도 누렸다.

다만 발행한 지 6개월밖에 안된 현 시점에 해당 CB는 상환 부담이 커졌다. 주가 변동에 따라 이미 전환가액이 한 차례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행사가가 이오플로우 주가보다 비싸다.


클리노믹스는 1분기 기준 공모액이 253억원에 달했지만 300억원 규모의 CB를 찍었다. 임상 비용, 해외시장 진출 등에 투입할 현금을 확보하려는 목표였다. 주가가 행사가보단 높게 형성돼 있다. 이오플로우 비교해 전환가액 조정에 따른 희석화 가능 주식 확대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

실탄 확보 차원에서 메자닌을 발행한 곳도 있었다. 젠큐릭스는 IPO 과정에서 182억원을 마련했지만 시설자금, 지분투자 등으로 이를 빠르게 소진하며 올해 1분기 기준 2억원만 남았다. 상장 11개월 만인 6월에 270억원의 메자닌을 발행해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 중 90억원은 상환 의무가 없는 CPS였다.

5곳의 업체 중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곳은 피플바이오가 손꼽힌다. 피플바이오는 CB와 CPS를 병행해 발행하는 방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580억원을 투자 받았다. CPS가 230억원으로 절반 정도에 달해 상환 부담은 줄였지만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물량이 상장 주식의 21%에 육박한다. 최대주주인 강성민 대표의 주식 보유 비율(8.10%)을 압도하는 수치다.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 조정이 이뤄진다면 잠재 주식 물량은 더욱 늘어난다.

바이오텍 관계자는 "회사 펀더멘털이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자닌 발행은 독이 될 수도 있다"라며 "각종 변수로 성과가 지연되고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 받은 돈은 예금에 묵혀 뒀다 고스란히 상환에 쓰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 자금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 상장 후 첫 조달 카드는 신중히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