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120억' 부담 현대제철, 고용부에 이의제기할까 "납부기한 2개월, 9월초까지 고민"…포스코 출신 안동일 사장 '시험대'
박상희 기자공개 2021-07-22 07:40:53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0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기로 했지만 고용부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과태료 처분을 받아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과태료 납부 기한은 2개월로, 현대제철은 9월 초까지 고용부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불법 파견 이슈를 계기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사진) ESG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당 이슈가 하루이틀 사이에 불거진 게 아닌만큼 과감한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면 고용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안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일 "고용부가 부과한 과태료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지 아니면 납부를 할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고용부가 7월2일에 부과했으니 회사가 갖는 기간적 권리는 9월 초까지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에 각각 73억3000만원, 46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측이 정부의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부는 2월10일 현대제철에 불법파견 시정지시를 내렸다. 수시근로감독 결과 현대제철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법파견 정황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인권위는 2017년 4월 현대제철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의 진정을 접수받고 1년 9개월 만인 2019년 1월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을 인정해 회사 쪽에 시정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는 2월 원·하청 통합관리 필요성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에 따라, 하청노동자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5개 원청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했다. 현대제철은 LS-Nikko동제련,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동국제강 인천공장, 현대제철주식회사 당진공장, 삼성중공업 등과 함께 해당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고용부의 시정 지시 기간은 약 2개월로 4월 초가 데드라인이었다. 현대제철은 기한 내에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결국 과태료 처분이 이뤄졌다.
현대제철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하청업체 직고용 계획이 알려진 것은 7월 6일로 이미 고용부의 과태료 부과 처분이 내려진 이후였다. 현대제철이 계열사를 설립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이었다. 직접 채용 대상은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 7000여명이다.
현대제철은 고용부 과태료 부과 이전인 6월에 이미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업체를 직고용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황이었다. 다만 자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 일정 조율이 늦어지면서 과태료 부과 이후로 시점이 늦춰졌다. 결과적으로 고용부가 1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자 시정안을 내놓은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가 재계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할 때 현대제철의 대응이 안일한 것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이 일었던 게 2017년이고, 회사 측에서 5300여명의 제빵기사를 '자회사 고용'을 통해 직접 채용한다는 해결책을 내놓은 게 2018년이다.
자회사 채용은 꼼수라는 비판이 일기도 하지만 비용적인 부분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본사가 아니라 자회사를 앞세워 하청업체 직원을 직고용 하게 되면 노무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제철 역시 하청업체 직원을 고용할 자회사 직원 임금은 본사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직접고용과 견줘 인건비 부담도 줄고 정규직 노조원 증가에 따른 노무관리 부담도 줄게 된다.
파리바게뜨 사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한 사례가 잇따랐다. 현대제철이 최고경영진이 의사결정만 빨리 했어도 고용부의 4월 시정기한 데드라인을 넘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의 현재 최고경영자(CEO)는 안동일 사장이다. 반평생 이상을 포스코에 몸담은 포스코맨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삼고초려 권유로 2019년 2월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제철의 하청업체 소속 파견인력 이슈는 최근 불거진 게 아니다. 지난 2019년 광주고등법원은 현대제철 순천 공장 비정규직 109명이 제기한 항소심 소송에서 "현대제철에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10여년 간 사내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을 파견인력처럼 쓰면서 이들 3500여명이 사업장별로 청구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여러 건에 휘말렸다. 안동일 사장이 포스코에서 현대제철로 적을 옮길 때부터 산적한 문제였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도 두고 있지 않다. 투명경영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해당 조직은 내부거래를 심의·의결하기 위한 것으로, ESG 이슈를 다루지는 않는다. 현대제철 사외이사진 가운데도 ESG 전문가나 노무 전문가는 없다.
현대제철의 불법파견 이슈는 향후 ESG 등급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사회(S)부문에서 'A'를 받았다. 'S' 등급을 받은 기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A+'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현대제철은 올 초 KCGS의 2차 ESG 등급 변동에서 사회(S)부문 등급이 기존 'A'에서 'B+'로 강등됐다. 철스크랩 구매가격 담합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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