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3기 마주한 재계]배출부채 '톱' 현대제철, 해결 방안은포스코의 2배…국내·외 ESG 평가 기관 '차가운 시선'
박기수 기자공개 2021-05-12 09:46:23
[편집자주]
친환경과 저탄소는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이 빼 놓을 수 없는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이 와중에 대부분의 탄소배출권을 무상할당하던 정부가 올해부터 기업들에게 일부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3% 수준이었던 유상할당 비율을 10%로 늘리면서다. 크게는 수천억원의 규모까지 거론되는 배출부채 부담에 각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상이하다. 배출부채에 따른 단기적 재무 영향과 리스크 관리 방식, 이를 넘어 친환경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현주소를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0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9월 환경부가 발표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의 의의와 목적이 나와있다. 제도의 의의·목적은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등에 대한 종합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함이다.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기업이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혹은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면 기준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재무지표가 있다. '배출부채'다.
기업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할당 받은 배출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 때 유상으로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이 금액이 '배출부채'다. 배출부채는 통상 유상매입매출권의 장부가액에 초과된 배출량을 곱해 산정한다. 일종의 충당부채로, 신뢰성 있는 금액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 회계에 반영한다.
현대제철은 이 금액이 작년 무려 1571억원이다. 작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영업이익보다 두 배 더 많은 금액이다. 작년 영업이익이 철강 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배출부채 자체 규모는 재무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과도한 배출부채는 작년 만의 일은 아니다. 2019년에도 1143억원의 배출부채를 기록했다. 같은 철강사이자 소재·상사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포스코는 2019년과 작년 각각 510억원, 786억원의 배출부채를 기록해 현대제철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배출부채 1571억원은 사실 현대제철 재무 상황에 큰 영향을 줄 만한 금액은 아니다. 1571억원은 연결 자산총계(약 34조원)의 0.45%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약 18조원)과 비교하면 0.87% 수준이다. 여기에 현대제철은 약 2조40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다만 역으로 생각하면 아까운 돈인 것도 맞다. 단적으로 현대제철이 2015년 SPP율촌에너지(현재 인천공장 단강사업부)를 인수하는데 들인 자금이 약 1500억원이다.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자금을 환경 리스크로 인해 지불하는 것은 불필요한 지출인 것은 맞다.
더불어 이는 ESG 측면에서 큰 리스크다. 시장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큰 영향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배출부채가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정부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라면서 "ESG 평가 등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올해부터 배출권 3기가 시작되면서 무상할당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별도의 노력이 없다면 배출부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부터 시작되는 배출권 3기부터는 정부의 무상할당 비중이 97%에서 90%로 줄어든다. 1기에서 2기때 무상할당 비중이 3%포인트 낮아진 것(100%→97%)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현대제철 내 자체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전사적으로 온실가스 및 에너지 절감 태스크포스(TF)를 확대해 배출권거래제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저감기술 확보 및 관리체계를 구축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정확하고 효율적인 관리 목적으로 IT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린 에너지로 조명 받는 '수소' 관련 시장 진출 욕구도 적극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최근 현대제철은 SNS를 통해 2025년까지 부생가스를 통한 수소 생산능력을 10배 이상 늘린다는 포부를 담은 모션그래픽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국내·외 시선은 차갑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현대제철의 ESG등급으로 최하위 등급인 CCC등급을 부여했다. 국내 기업의 생리와 사정을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국내 ESG 평가 기관도 우수한 성적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현대제철의 ESG 등급으로 B+등급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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