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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랩' 인수 CJ제일제당, '레드바이오' 항로 잡았다 '복제약' 기반 CJ헬스케어 매각, 신약개발 포트폴리오 구축

문누리 기자공개 2021-07-26 15:29:18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2일 17: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제일제당이 그린·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생명과학정보 기업을 처음 인수하고 차세대 신약 개발에 나선다.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매각한지 3년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팜 등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제약바이오 분야 성과를 보이는 등 관련 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21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약 983억원으로,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천랩은 이날 이사회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공시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다.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세균·바이러스 등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70kg 성인 1명이 약 38조 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중에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종류를 선별하면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예컨대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조절과 뇌신경 전달물질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2009년 설립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특화된 전문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등 병원·연구기관과 다수의 코호트 연구(비교대조군 방식 질병연구)도 진행 중이다. 보유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신약 관련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 및 기초연구 단계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의 미생물 관련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이 레드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매각한 CJ헬스케어는 원래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였지만 '복제약(제네릭)' 기반의 사업인 점에서 차이가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헬스케어의 경우 화학의약품 기술을 인수해 대량생산을 한 뒤 전통적인 제약영업망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며 "천랩은 상용화된 사례가 없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기술을 개발 중으로 현재 의약품 대량생산 인프라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천랩 인수는 최 대표의 제약바이오사업 진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CJ제일제당이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1조3000억원에 매각할 당시 CJ제일제당은 재무구조 안정화가 필요한 상태였다. 매각 이후 CJ제일제당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주력사업들도 안정을 되찾은 만큼 제약 사업에 다시 눈을 돌렸다.

다만 사업 방향만 신약으로 틀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다. 현재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 미국 제약사 세레스(Seres)사가 FDA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레드바이오는 최근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사람의 '피'를 의미하는 레드바이오는 건강·의학바이오 분야를 칭한다. 생분해기술을 이용하는 화이트바이오와 차이가 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롯데그룹 등 유통기업들도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인수에 앞서 올 1월 천랩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협약(MOU)을 체결했다. 2019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벤처 고바이오랩에 40억원을 투자했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해 천식 치료제, 면역 피부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이 최근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하면서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만큼 레드바이오와 건강사업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며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인 그린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천랩 인수 후 성과를 보이기까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설립된 고바이오랩의 경우 10년 이상 축적한 한국인 3000명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확보해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신약 2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고바이오랩 매출 규모는 지난해 5억원에 불과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73억원, 44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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