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물류 전문가 마승철 회장의 승부수 '나라셀라' [돈 되는 와인 니치마켓]⑥인수 5년만에 톱5 반열, 유통·물류 혁신 기반 고속질주
전효점 기자공개 2021-07-27 08:07:37
[편집자주]
불과 수년 전 맥주와 소주에 밀려 찬밥 취급을 받았던 국내 와인시장이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가 '홈술' 트렌드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중견기업에 이어 롯데, 신세계, 한화 등 대기업 유통계열사들도 먹거리를 찾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빅뱅'이 몰아치고 있는 와인업계의 판세 변화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6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라셀라는 1997년 설립 후 여러 번 손바뀜을 거치며 26돌을 맞이한 와인 수입사다. 대표 브랜드 몬테스알파를 포함해 죠셉 펠프스, 덕혼, 폴 자불레, 킴 크로포드 등 120여개 브랜드와 500여종의 와인을 수입 유통한다. 금양인터내셔날과 아영에프비씨 등 동종업계 1세대 수입사에 비해 업력이 짧은 편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된 최근 국내 와인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이목을 모으고 있다.나라셀라의 저력을 언급할 때 물류 전문가이자 주류 전문가인 마승철 회장(사진)의 경영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나라로지스틱스(옛 오크라인)를 중심으로 물류사업에 전념하고 있던 마 회장은 2015년 12월 나라셀라를 인수한 후 당시 26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2020년 기준 600억원 규모로 늘렸다. 그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연매출 200억원선을 오가던 나라셀라를 맡아 만 5년 만에 2배 이상 외형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손바뀜 후 5년만에 2배 성장 '쾌거'…롯데·아영과 3위 다툼
나라셀라의 부흥을 이끌어낸 마 회장은 물류 전문가이기 이전에 주류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1984년 두산그룹에 입사해 기획팀을 거쳐 계열사 오비씨그램에서 패스포드, 시바스리갈 등을 책임지면서 주류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에는 국내 1위 위스키 수입업체 디아지오코리아에서 CFO(최고재무전문가)를 역임했다.
그동안 경험을 살려 2005년 나라로지스틱스 전신인 오크라인을 설립해 와인 물류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러나 부대 사업을 전개하는 도중에도 관심은 줄곧 와인 본업에 맞춰져 있었다. 2015년 동아원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와인 수입사 나라셀라가 매물로 나왔을 때 곧장 인수에 나섰던 배경이기도 하다.
나라셀라를 안은 마 회장은 유통구조 혁신에 가장 먼저 초점을 맞췄다. 동아원 시절까지만 해도 나라셀라는 온트레이드(On-trade) 채널을 중심으로 고가 와인 제품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마 회장은 앞으로 와인 소비 트렌드가 한층 대중화될 것이라고 보고 오프트레이드(Off-trade) 채널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의 와인을 납품하는 데 주력했다. 식당, 호텔, 바 등 현장에서 소비할 와인을 판매하는 온트레이드 채널과 달리 오프트레이드는 슈퍼마켓, 주류 전문점 등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유통 채널을 의미한다.
마 회장은 이같은 계획에 발맞춰 할인점, 편의점, 백화점 등 유통사와 협업을 늘리는 한편 물류 인프라를 재배치했다. 경기 광주시에 소재하던 나라셀라 물류센터를 매각하고 나라로지스틱스를 중심으로 물류를 통합시켰다. 도매상을 통한 판매보다 대형할인점과 와인전문매장 등 소매상을 통한 직판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물류망이 더 촘촘해야 했다. 오프트레이드에서 구매 빈도가 높은 중저가 와인 비중도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나라로지스틱스 산하 편입 후 나라셀라는 시장 환경이 흐릴 때나 맑을 때나 꾸준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일례로 마 회장이 나라셀라를 인수한 이듬해 국내 와인시장은 '김영란법' 시행 타격으로 업계 대부분의 실적이 역성장했다. 나라셀라의 경우 홀로 10% 중반대의 견조한 성장을 지속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시장 환경이 좋았던 지난해 나라셀라 매출은 30% 가까이 증가한다. 와인 매출은 그룹 본업이었던 물류 매출을 단숨에 돌파하고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안착했다.
◇오프트레이드 채널 개척 '현재 진행형'…'종합주류' 목표 성큼
마 회장은 올 들어 이마트와 5년 만에 재계약에 성공해 거래선을 뚫었다. 막대한 자금력과 구매력을 기반으로 자체 와인 수입 계열사 신세계엘앤비를 육성하고 있는 이마트는 존재 그 자체로 나라셀라 등 중소 수입사의 강력한 경쟁사가 된다. 그럼에도 마 회장은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할인점 및 편의점 점포망을 고려하면 양사 협업이 윈윈(win-win)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오프트레이드 채널이 책임지는 매출은 전체 약 70%에 이르지만 나라셀라는 앞으로 이 비중이 늘어날 여력이 있다고 본다. 최근 와인타임, 하루일과, 와인픽스 등 자체 브랜드로 오프라인 점포 출점에 한층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와인타임은 일반적인 와인 전문 판매점이다. 와인픽스는 와인 아울렛으로, 하루일과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출점시킨 로컬 와인바로 각 브랜드의 성격을 모두 명확히 구분했다.
나라셀라는 올 들어서만 하루일과 두곳, 와인픽스 매장 두곳을 신규 출점하면서 오프트레이드 유통망 확장에 두팔을 걷어붙였다. 7월 현재 나라셀라가 세 브랜드에 걸쳐 보유한 점포는 총 10곳으로 늘어났다.
사케와 증류주 등 와인 외 주류로의 영토 확장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마 회장은 2018년 나라사케앤스피릿 법인을 설립하고 사케 수입으로 발을 넓혔지만, 직후 일본산 불매운동이 국내에서 확산되면서 사업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과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되면서 신제품 출시 작업을 재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셀라에서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또 다른 계열사 나라지앤비를 통해선 디켄터, 글라스 등 와인 관련 용품 및 유럽산 생수 수입을 모색함으로써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그룹 계열사들이 취급하는 주류 가운데 와인이 95% 이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계열사를 통한 신사업 목표는 장기적으로 종합 주류 회사로서 성장해나간다는 비전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와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효과로 와인붐이 지속되고 있지만, 감염병 종식 이후에도 시장 전체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오프트레이드를 중심으로 새롭게 소비자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MZ세대 수요에 부응하며 성장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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