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도 인정하는 두산重 '정상화' 근거 찾아보니 인프라 인적분할·합병으로 현금 유입 '묘수'…채권단 "유동성 충분 인정"
박기수 기자공개 2021-08-03 08:14:49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14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을 둘러싼 금융권의 시선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왔던 그 어떤 대기업과 비교해도 자구안 달성에 대한 두산의 의지와 성실함 만큼은 이미 검증됐다는 게 국책은행 관계자들의 공감대다.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는 2일 "두산그룹이 조기 졸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조기 졸업 결정 여부와 상관 없이 두산 내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것 역시 채권단이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캐시플로(Cash flow)를 보면 두산그룹의 '정상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다. 두산그룹의 핵심이자 이번 위기의 진원지이기도 했던 두산중공업은 2년 전과 현재 현금흐름의 기조가 180도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두산중공업은 경직됐던 현금을 다시 흐르게 하기 위해 계열사 매각과 동시에 '인프라코어 인적분할 및 합병'이라는 윤활유까지 부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제대로 작동한 모양새다.
우선 2년 전인 2019년 두산중공업의 현금흐름은 '경직' 그 자체였다. 이전까지 매년 증가세를 보였던 매입채무가 당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2019년 말 매입채무는 1년 전인 2018년 말보다 무려 5024억원이 줄었다.
당시는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던 때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내리던 때였다. 두산중공업의 상황을 지켜보던 거래처들이 일제히 조속한 결제를 요구했다는 것이 매입채무 급감의 유력한 시나리오다. 이와 같은 매입채무 급감 추세는 이듬해이자 작년인 2020년(2019년 말 대비 1년 만에 2687억원 감소)에도 이어졌다.

결국 2019년 두산중공업의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은 마이너스(-) 5957억원이라는 처참한 숫자를 기록했다. 급격하게 유동성이 경직된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은 결국 국책은행에 'SOS'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두산중공업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했고 그때부터 업계가 익히 알고 있는 '그룹 차원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그룹은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등 돈 되는 자산들은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식의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과감한 매각 작업을 단행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중공업 중심의 두산그룹의 정체성과 같았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결정하고 투자 부문(잔존)과 사업 부문(매각)으로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적 분할 후 두산인프라코어 투자 부문의 작년 말 보유 현금성자산은 2274억원이다. 이 현금성자산은 올해 7월 1일자로 인프라코어 투자 부문이 두산중공업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두산중공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2년 간 매입채무 결제와 희망퇴직으로 막대한 퇴직금을 지불하는 등 캐시플로가 극도로 경직됐던 두산중공업에 단비와 같은 현금이 될 전망이다.
이미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대형 EPC 프로젝트의 공정 초과 등 2분기 성과를 거두며 별도 기준 순차입금비율이 99.6%으로 낮아진 상태다. 올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29.6%포인트 낮아졌다.
여기에 인프라코어 흡수합병 효과가 반영될 3분기 이후에는 순차입금비율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순차입금은 기업이 보유한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값이기 때문에 현금성자산이 많아질 경우 자연스럽게 순차입금비율은 낮아진다.
더불어 분할된 인프라코어 사업 부문이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될 경우 두산중공업은 추가로 막대한 현금을 쥐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딜 클로징(Deal Closing)이 임박했다. 컨소시엄은 올 2월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사업 부문) 지분 23.97%를 8500억원에 사들인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점점 되살아나고 있는 두산중공업 본연의 사업 경쟁력도 현금흐름에 긍정적인 요소다. 올 상반기 두산중공업은 별도 영업이익으로 121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작년 -6396억원을 기록했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역시 올해 상반기에는 양(+) 전환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됐을 것으로업계는 내다본다. 전년 대비 57% 증가한 8조6000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해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정상화'의 또 다른 근거는 경영 불확실성의 방증과도 같았던 운전자본 변동량이다. 작년까지 요동치던 매입채무 감소량은 올해 들어 급격히 안정화했다. 작년 말 대비 올해 1분기 말 매입채무 감소량은 270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포함해 운전자본투자 변동량도 작년 말 대비 올해 1분기 806억원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현금 유동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운전자본변동량을 두산중공업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이제 두산의 관건은 새롭게 진출한 신사업이 이전 사업들이 잘 나갈때처럼 원활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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