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人사이드]'정책통'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가계부채 안정 특명깜짝 발탁 결과 5일 발표, 카드·저축은행 사태 해결 주도한 강골
김규희 기자공개 2021-08-06 07:0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사진)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최근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자 관료 시절 ‘카드 사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고 내정자에게 중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그는 지난 7월 한은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상 의견을 제시한 강경파 인물이다. 향후 소신대로 금융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평가된다.
고 내정자는 경복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아메리칸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줄곧 기재부(재무부)와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1급)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주변으로부터 온화한 성격이자 합리적인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계부채와 자본시장, 기업구조조정 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어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그의 내정 소식을 이날 전하면서 “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최초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연임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와도 행시 동기인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정책에 있어서는 신중하고 강경한 성향을 많이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료로 재직하던 시절 2003년 카드 사태와 2010년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면서 이같은 성향이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고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7월 청와대 경제복지노동특보실에서 나와 금융위원회(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비은행감독과장으로 복귀했다. ‘카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카드사들은 경제가 IMF 수렁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전환되던 시기에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연쇄 부실이 난 상황이었다.
이에 당국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놨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자율화하고 무이자 할부 중단, 가맹점 수수료 면제 중단, 카드사 부실채권 인수 등 대책을 실시했다. 고 당시 비은행감독과장은 신용카드 규제를 강화하고 건전성을 높여 시장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자 했다.
2010년 금융위 서비스금융국장 시절에는 저축은행 사태를 경험했다. 당시 저축은행들이 건설사 대출사업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경기 위축되자 부실로 이어졌다.
이에 금융위는 상호저축은행의 건실한 기반 마련을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미달하는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1년 2월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는 등 맡겨둔 돈을 미리 찾지 못한 예금자와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했으나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은 금통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가계부채 정책 면에서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있었던 금통위에서 7명의 위원 중에 유일하게 금리 인상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었던 만큼 예상치 못한 의견 개진이었다.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고 내정자는 사석에서도 카드사태를 거론하며 가팔라지는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언급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볼 때 고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선임되면 가계부채 관리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8.5% 늘었고 기타대출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0.8% 상승하며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임기간이 짧아 뚜렷한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달 임명된다고 해도 임기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 내년 5월 대선 이후 새 수장이 오기 전까지 현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 정도로 금융 정책을 운영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