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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삼성전자 구원투수로 나선 이재용의 '믿을맨'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⑦미전실 해체 당시 퇴사했다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컨트롤타워 조직 모두 거친 핵심인사

김혜란 기자공개 2021-08-13 07:10:29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자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선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한국의 자랑임과 동시에 반재벌 정서의 중심에서 상반된 시선을 감내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무수한 경쟁자들과 정치권·시민단체의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수 많은 난관속에 삼성전자란 거함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사장은 삼성 역사에서 만들어진 모든 컨트롤타워 조직을 거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고(故) 이병철 창업주 시절 비서실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까지 거쳤다. 시대별로 명칭이 달라졌지만 컨트롤타워 조직에서 정 사장의 이름이 빠진 적은 없다.

정 사장은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퇴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불러들여 사업지원TF팀장을 맡겼다. 비상사태 속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총수의 복심 역할임을 확인했다.

빛과 그림자는 함께 했다. 총수의 핵심 참모였던 만큼 정 사장도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에 연루됐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검찰 조사도 수차례 받아야 했다. 미전실 출신으로서 사업지원TF장을 다시 맡아 사업지원TF이 결국 미전실 후신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감당해야 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복귀하더라도 당분간 현재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형태로 복귀하는 만큼 경영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총수와 삼성 전자 계열사를 지원하는 사업지원TF와 정 사장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비서실→미전실→사업지원TF, 삼성의 대표적 전략·인사통

정 사장은 삼성전자의 전략·기획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이재용 체제를 이끄는 키맨 중 한 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5년 만에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삼성비서실 재무팀으로 이동한다. 당시 삼성비서실은 '출세코스'로 불리던 곳이다. 정 사장은 이후에도 기업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삼성의 핵심 조직을 두루 거쳤다.

2007년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2010년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시업부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다양한 부서에서 재무관리와 경영전략 수립, 인사 업무에 깊이 관여하며 삼성의 중추로 자리 잡는다.

2011년 고 이건희 전 회장은 차명계좌 논란으로 퇴진했다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을 새롭게 만드는데 그때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으로 있던 정 사장도 미전실에 복귀했다.

2014년엔 미전실 인사팀장(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당시는 이 전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며 이재용 체제의 막이 오른 때였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 역할을 확대한 것인데, 이재용 체제의 핵심 참모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 사장은 위기 관리 능력도 높이 평가받는다. 정 사장이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으로 근무하던 시기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며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는 위기론에 휩싸이게 된다. 정 사장은 당시 무선사업부장을 보좌해 사업 구조를 신속히 재편하고 '갤럭시S'를 출시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정 사장은 갤럭시S의 흥행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201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엔 개인에게도 삼성에도, 큰 위기가 닥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비선실세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수감 생활을 시작했고, 미전실은 해체된다. 대법원이 미전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고 인정한 데 따른 조치였다. 미전실 임원이었던 그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삼성을 떠나야 했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역할론 부각

이 부회장은 탁월한 경영감각을 가진 정 사장을 신임했고 구속수감된 자신의 빈 자리를 메워 사업지원TF를 이끌 적임자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고 봤다. 전자계열사 간 업무 조율 등의 업무를 맡을 사업지원TF의 수장으로 정 사장을 낙점했고, 정 사장은 삼성을 떠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재입사했다. 미전실이 해체된 후 8명의 사장급 임원 중 삼성전자로 재입사한 인물은 그가 유일했다.

정 사장은 복귀 이후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검찰은 2019년부터 정 사장을 소환해 여러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삼성의 경영 승계 과정을 불법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 등의 작업을 사업지원TF가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고발 대상에서 빼긴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에 정 사장이 사업지원TF장으로서 관여한 혐의로 그를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로 흔들린 조직을 추스를 수 있도록 정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삼성은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만큼 중복된 업무를 조율하고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할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지원TF가 미전실의 그림자를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면서 입지가 다소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뒤 온전한 경영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영속적인 지배구조 체제를 개편하고 컨트롤타워의 역할론을 재정립하는 것도 정 사장에게 남겨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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