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위원장에 사외이사' 평가체계 도입도 검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점검]'자산 2조 미만' 자발적 설치…허인철 부회장 '오리온홀딩스·오리온' 사추위 활동
이효범 기자공개 2021-08-19 08:04:58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8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는 2019~2020년 순차적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했다. 각 계열사는 자산총계 2조원 미만으로 상법상 사추위를 설치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그러나 201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기조 아래 선제적으로 사추위를 만들었다. 특히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사추위는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두고 있으며 평가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2020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각사의 사추위는 총 3명으로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5명 중 과반수인 3명이 사추위 위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사추위는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수개월 전에 주주총회에 추천해야 하는 인원의 3~5배수 이내로 후보자 풀(Pool)을 구성한다. 또 후보군을 대상으로 △전문성 △충실성 △경영마인드 △독립성 △사회적 지명도 △청렴도를 비롯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선임 시기별 경영환경 등을 기준으로 사외이사 후보자를 검증한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 후보자를 추천한다.
오리온그룹에서 사추위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이사회 구성원은 각각 5명이다. 이 중 3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대표이사 선임 및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오리온그룹은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이사회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독립성이 검증된 다수의 사외이사들에게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특히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사추위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고 사추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이사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등급 중 거버넌스(G)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았다. 국내 상장사 중 A등급 이상을 받은 곳은 10% 내외다.
오리온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인 2017년 상반기까지 사내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렸다. 당시 오리온의 이사진 5명 중 사외이사는 1명 또는 2명이었다. 상근감사를 두면서 사외이사 위주로 이사회를 꾸려야 할 이유도 없었다.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이사회 체제가 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높아진 게 핵심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 전까지 오리온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30%를 넘지 않았다.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오리온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면서 오너일가는 투자회사 지배력을 높였다. 이를 통해 '오너일가-오리온홀딩스(투자회사)-오리온(사업회사)'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지주사 전환을 실시한 2017년말 기준 오리온홀딩스의 오너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32.63%, 28.73% 였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64%에 육박했다. 특별결의를 제외하면 오너일가 지분율만으로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추위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사외이사를 주총에 추천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를 선임하는 건 주주들이다. 특히 오리온홀딩스 지분율 50% 이상을 보유한 오너일가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선임된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다시 사추위 위원이 될 수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오리온은 2018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를 도입했다. 기존 상근 감사 체제에서 벗어나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감사위원회를 채택한 셈이었다. 2019년에는 사추위를 설치했다. 오리온홀딩스 역시 2020년 감사위원회와 사추위를 모두 만들었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권한을 강화해온 셈이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사추위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사내이사로서 각사 사추위 위원으로 모두 소속돼 있다는 점이다. 허 부회장은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임 아래 오랜기간 오리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사장, 이마트 대표이사 등을 거친 뒤 2014년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 지휘봉을 잡았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은 사외이사 평가를 실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사추위가 향후 정성적 평가기준(자기평가, 사외이사 상호평가, 직원평가 등)과 정량적 평가기준(출석률, 안건 결의참여 등)을 포함하는 평가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평가 결과를 사외이사 재선임 결정에 반영할지 여부도 고심 중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대원칙 아래 자기평가, 사외이사 상호평가, 출석률, 안건 결의 참여 등을 포함하는 평가 방안 도입 여부를 지속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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