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플로 모니터]바람 잘 날 없는 HMM, 탄탄한 현금흐름 때문?매분기 영업으로 1조 이상 순유입, 현금 활용 옵션 확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20 07:47:59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은 최근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노사가 임금 인상폭 등에 대한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며 최악의 경우 파업으로 치달을 위기에 놓였다. 과거 매각했던 현대LNG해운을 되살지, 내년 3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는 영구 전환사채(CB)를 중도상환할지 여부도 고민 중이다.뿐 만이 아니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엑시트 시점을 재기 시작했다. HMM 입장에선 주인이 바뀌는 '큰 일'이다. 급격한 주가 상승은 올 상반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냈다. 거기다 내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사옥 이전도 준비한다. 새로운 터전이 될 여의도는 과거 한진해운 본사가 있었던 곳이다.
HMM이 이 같이 다양한 이슈에 발을 걸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가 소위 '잘 나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중에 넉넉한 현금이 있고 기업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불거진 내용들이다.
10년 만에 흑자가 나니 직원들이 과실을 나누자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사업 확장, 중도상환을 통한 이자 절감 등의 선택지를 갖게 됐다. 산은 등 대주주들이 엑시트 플랜을 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가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고 주가 상승으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졌다는 방증이다.
HMM은 올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액 2조9067억원, 영업이익 1조38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1.4%, 영업이익은 901.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281억원에서 올해 2105억원으로 8배 가까이 뛰었다.
수익성 지표를 살펴보면 '상전벽해'급 변화가 더욱 실감난다. 영업이익률은 10.1%에서 47.8%로 1년 만에 수직상승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 중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을 제하고도 절반이 손에 남는다는 얘기다. 2018년 기록했던 마이너스(-)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당기순익이 대폭 빠졌는데도 7%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HMM이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건 작년 2분기다. 2015년 1분기 이래 21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당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도입을 시작하고 해운동맹에 가입하면서 실적개선을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며 효과가 배가 됐다.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감당치 못하며 해상운임이 크게 올랐고 1년 반째 고공행진 중이다. 기업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작년 3월 말 2000원 초반대였던 주가는 지난 5월 5만원대를 찍더니 8월 들어 4만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현금흐름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작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였던 잉여현금흐름(FCF)이 2분기 말 플러스(2558억원)로 돌아섰다. 이후 매분기 수천억원대의 잉여현금이 유입돼 지난해 연간 기준 FCF가 1조25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3년간 유출된 잉여현금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FCF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설비투자(CAPEX) 지출을 빼고 남은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기업의 현금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나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한 재원이 된다. 다만 사업 지속을 위한 CAPEX와 상반되는 성격을 갖는다. CAPEX가 커지면 FCF가 쪼그라드는 구조다.
HMM의 최근 5년간 CAPEX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건 2019년 5302억원이다. 당시 IMO2020 등 강화된 환경규제 적용을 앞두고 스크러버 설치 등 시설투자를 집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스크러버 설치에는 척당 50~70억원 가량이 든다. HMM은 2018~2019년 50~60척에 해당 설비를 단 것으로 파악된다. 운영선대의 70% 이상이다.
NCF는 FCF보다 1년 앞선 2019년 플러스 전환했다. 당기순손실(6637억원) 규모가 전년(8052억원) 대비 작았던 데다 실제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은 감가상각비(4653억원)와 손상차손 등이 더해진 결과다. NCF 역시 실적 성장이 본격화한 작년 2분기부터 가파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작년 한해 영업으로 1조3209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특히 올해에는 1분기 1조603억원, 2분기 1조2175억원 등 매분기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CAPEX 규모가 크지 않아 FCF도 덩달아 1조원 이상을 찍는 분위기다. 2분기 CAPEX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진 않으나 NCF 등을 고려할 때 1조원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 뿐 아니라 투자·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영향을 모두 받는 현금성자산 역시 두둑해진 상태다. 별도 기준 작년 1분기 말 246억원에서 1년 만에 9812억원으로 늘더니 2분기 말 1조7223억원으로 7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HMM이 사업·재무적으로 보유현금 활용 방안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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