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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 베팅' 이랜텍, 중대형 배터리팩 승부수 던진다 [유증&디테일]②국내2공장 신설, 내년 본격 가동…가정·모빌리티 전방시장 '정조준'

방글아 기자공개 2021-08-27 11:03:10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대폰용 케이스 제조업체 '이랜텍'이 중대형 배터리팩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조달한 300억원을 전액 베팅 한 것이다. 휴대폰용 케이스사업에 캐시카우 역할을 넘겨준 지 5년 만에 배터리팩으로 새로운 전방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수년 간 낮게 유지돼 온 수익성을 높이고 펀더멘털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조달 자금의 절반 투입을 예고한 시설투자는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자금도 전방시장 상황 등에 맞춰 중대형 배터리팩 사업 강화에 쓸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텍은 경기도 동탄신도시 소재 본사 인근에 임대한 국내 두 번째 공장에 가정용 에너지저장용시스템(ESS)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전사적 시설투자에 내부자금으로 272억원을 쓰고 하반기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제2공장 투자에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랜텍은 최근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엔브이메자닌플러스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대상으로 의결권부 RCPS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시설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최근 LG전자에서 가정용 ESS ODM(제조자개발생산) 지위를 얻어 내년부터 본격 공급하기로 하면서 갖춰야 할 장비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랜텍의 가정용 ESS 사업은 단순 임가공 형태로 삼성SDI에 공급하는 소량이 전부였다.

하지만 LG전자를 대상으로는 ODM 파트너 지위에서 설계부터 부품 소싱, 완제품 제조의 전 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제조해 온 소형 배터리팩에서와 다른 랙과 와이어링 하네스, 버스바 등의 시설투자가 당장 필요해졌다.

올해 상반기 주요 투자처는 기계장치였다. 제2공장과 인도 사업장을 포함 전사적으로 75억원가량의 건설비를 집행하면서 136억원어치 장비를 구입해 설치했다. 이 밖에 비품과 공기구 구입에 56억원을 썼다. 하반기 구체적인 자금 집행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의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망은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1400억원 안팎의 신규 ESS 매출을 점치고 있다. 이번 국내 2공장 투자가 펀더멘털 개선 움직임으로 읽히는 이유다. 특히 본사에서 직접 제조에 나선 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최근까지는 파일럿 성격으로 작년 출범시킨 이랜텍파워인디아(EPI)에만 단독으로 맡겼다.

이랜텍은 작년 초 24억원 규모로 EPI를 신설한 뒤 47억원을 추가 수혈했다. 오토바이용 배터리팩을 주사업 아이템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양산 준비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볼륨이 훨씬 큰 가정용 ESS를 국내 2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서 중대형 배터리팩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완제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가정용 ESS는 이랜텍의 주력 제품인 소형 배터리팩을 고도화한 제품이다. 2010년부터 매출 다각화 차원에서 구상했지만 사업성이 받쳐주지 않아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최근 2차전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요가 늘자 10년 만에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소형 배터리팩 사업은 2010년부터 투자를 늘린 휴대폰용 케이스 사업에 밀려 5년 전 효자 제품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2002년 상장 당시만해도 매출의 60%가량을 책임지던 캐시카우였지만 2016년 휴대폰용 케이스 사업에 밀리면서 매출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 왔다.

작년 기준 이랜텍 총매출(6257억원)의 절반 가량(46%)은 휴대폰용 케이스가 차지했다. 이어 소형 배터리팩인 노트북용 배터리팩(12%), 휴대폰용 충전기(9%), 휴대폰용 배터리팩(8%) 등의 순이다. 전용도 배터리팩을 모두 합쳐도 25% 남짓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10%로 더 줄었다.

문제는 휴대폰 케이스 사업의 수익성이다. 휴대폰 외부 케이스에 도장과 증착 등 2차 공정을 거쳐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구조여서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실제 이 사업을 맡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와 라이페코리아 사업부문은 작년 각 2396억원, 1895억원의 매출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이랜텍도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이랜텍은 이번 조달한 나머지 150억원 운영자금도 중대형 배터리팩 사업 강화에 쓴다는 방침이다. 당장 투자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인도에서 시범 사업 중인 모빌리티용 배터리팩 생산능력을 본사에 갖출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랜텍 관계자는 "이번에 RCPS로 조달한 300억 모두를 중대형 배터리팩 신사업에 쓸 예정"이라며 "우선 본사 인근에 임대로 구한 공장부지에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이후 시장 상황에 맞춰 추가 투자비 집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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