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 위기 때마다 나온 중장기 투자계획 [이재용 경영복귀]고 이건희 회장, 1997·2010년 7조·23조 투자…2018·2021년 180조·240조 투자 계획
원충희 기자공개 2021-08-26 07:10:33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현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중장기 투자계획 카드를 꺼냈다. 이면에는 정치·사회적 의도가 있을지 몰라도 신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해 바이오, 2차전지, 전장부품 등 새로운 먹거리를 태동·육성한 전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런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삼성이 24일 발표한 3개년 투자계획은 총액 240조원, 국내 투자규모 180조원으로 2018년 발표(180조원, 130조원) 때보다 액수가 30% 이상 늘었다. 구성은 거의 비슷한 틀을 유지했다. 3년이란 투자기간과 미래 신사업, 고용과 청년교육 및 C랩(C-Lab)을 활용한 스타트업 지원 등 전반적인 형태는 2018년 발표계획과 닮아있다.

삼성은 이전에도 그룹 차원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3월 고 이건희 회장은 향후 5년간 비메모리 분야에 7조원을, 9개 신사업에 7년간 4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공표했다.
이때 신수종사업으로 꼽힌 것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지국, 중앙처리장치(CPU) 및 주문형반도체(ASIC), 리튬이온전지 등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기반이 됐으며 ASIC는 현 시스템반도체의 원형이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휘말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고 이 회장은 그 해 9월 개천절 특사를 통해 사면 복권됐다. 3월 투자계획 발표와 9월 사면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기가 미묘하게 맞물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하기 딱 3개월 전이기도 하다.
고 이 회장이 두 번째 중장기 투자계획을 알린 시점은 2010년이다. 당시 삼성은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대 신수종사업을 키우겠다는 '비전 2020'을 제시했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등 그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이 계획은 고 이 회장이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3월 복귀 후 주재한 첫 번째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신사업 가운데 태양광, LED 등은 실패했지만 자동차용 전지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으로, 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고 이 회장이 2014년 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누운 뒤 실질적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8월에 3년 플랜을 꺼냈다. 국정농단의 여파로 수감된 그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은 2021년 8월 3년 플랜을 또 한번 내놓았다. 역대 투자 계획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이다. 1997년 첫 그룹 투자 계획 당시 7조원과 비교하면 34배 늘어난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금액, 사업분야 등이 공개된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적은 있어도 그룹 차원의 투자계획을 오픈한 일은 별로 없다"라며 "투자금액과 기간이 찍힌 플랜은 총수의 사법처리 전후로 꺼내는 카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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