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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삼성'떼기 매각 전략에 쏠린 눈 [thebell desk]

한희연 기자공개 2021-08-30 06:3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 지분매각을 시도하며 완성차 사업과의 '완전한' 결별을 꾀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르노삼성 지분 19.9%를 시장에 내놓으면서다.

삼성그룹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5년이다.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고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제조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1992년부터 그룹 내부에 자동차 관련 사업본부를 설치한 데 이어 1995년에는 부산에 공장을 세우고 삼성자동차를 출범했다.

반도체사업에서 승승장구한 직후라 자신감이 충만한 채로 뛰어들었지만 곧 시련이 닥쳤다. 1997년 외환위기(IMF)가 터지며 경영난에 빠졌다. 1998년 SM5를 출시하며 세단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IMF의 파고는 넘지 못했다.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정부의 대기업 주력업종 조정조치 등에 따라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르노에 매각된다.

아시아권에서의 영역 확장 기회를 엿보던 르노는 삼성의 지분참여를 조건으로 인수에 나섰고 2000년 9월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한다. 이때 남긴 삼성그룹의 지분이 이번에 나온 19.9%인 셈이다. 경영권지분을 넘겼지만 '삼성'의 브랜드는 남기며 지금까지 인연을 유지해 왔다.

르노로의 매각은 헐값에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인수 금액은 5억6200만달러(당시 환율로 6150억원)다. 하지만 르노가 거래당시 즉시 지급한 금액은 1540억원이었다. 나머지 4610억원은 이자없이 장기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방식도 3가지 타입으로 나뉘어 있는데 지급기한이 명시되지 않고 이익이 나면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매각측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여기에 더해 매각 직후 르노는 보증금 형태로 에스크로에 예치한 200억원의 예치금을 반환하지 않으며 채권단과 2년간 중재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르노는 2000년 7월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이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9월이기에 7~8월분의 직원 보너스는 매각측이 지불해야 한다며 예치금 지급을 거부했다. 예치금 반환 중재소송은 결국 매각측의 승소로 결론이 났고 191억원을 돌려받았다.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며 투자한 돈은 4조원 이상이라고 알려진다. 추후 매각금액과 괴리가 상당하다. 야심차게 자동차사업을 시작했던 만큼 통 크게 투자했다. 일례로 공장 또한 상당히 공들여 지었다는 평가다. 20여년 전 부산의 삼성자동차 공장에 가봤다던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 버금가는 수준의 첨단 시설'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이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자동차사업에 투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감과 의지는 컸으나 결국 삼성자동차는 성공하지 못했고 출범 26년만에 '삼성'이란 이름도 완전히 떼 버리려는 작업에 최근 돌입했다. 삼성카드는 보유한 르노삼성 지분 매각을 위해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외국계PE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측은 티저레터를 통해 차량 라인업과 수익성, 모기업 르노의 경쟁력 수혜 가능성 등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실제로 최근 실적이 꺾인데다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이라 타깃이 되는 PE 입장에서도 선뜻 인수에 나서기는 애매하다는 평가가 많다. 매각 측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값을 더 인정받으려면 절묘한 매각 전략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삼성자동차의 시작은 창대했다. 하지만 손을 떼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6년의 인연을 끊는 마지막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매각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은 어느정도 전략을 세워놨다는 의미일터다. '아름다운 이별'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매각 측의 '한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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