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IPO 밸류 감액 '거품 논란' 종식될까 할인 전 기업가치 오히려 1조 늘어, 금감원 평가 관건
최석철 기자공개 2021-09-01 07:32:0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31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IPO)를 재개했다. 고심 끝에 몸값을 약 5% 낮추고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밸류 산정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논란을 불러왔던 비교기업(피어그룹)을 손을 봤다. 매출 규모에서 지나치게 큰 격차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페이팔 등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플랫폼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새롭게 선정했다.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로 IPO 시기가 지연된 만큼 밸류 측면에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모주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 공모 흥행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대어급 IPO가 없는 타이밍에 공모에 나서게 된 만큼 상대적으로 수급 측면에서도 유리한 여건이다.
◇피어그룹에서 페이팔·스퀘어 제외...예상 시총 6000억~8000억원 하향
카카오페이는 31일 오후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IPO 희망 공모가 밴드는 6만~9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할인 전 기업가치 17조7968억원에 할인율 31.28%~54.19%를 적용한 수치다.
지난 7월 최초 제출한 증권신고서와 비교하면 오히려 할인 전 기업가치가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기존보다 할인율을 높게 설정하면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가량 감소했다. 결제플랫폼 기업으로 첫 국내 상장인 데다 밸류 방식도 생소한 만큼 할인율을 더욱 강하게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밴드 기준 공모액은 최초 1조710억~1조6320억원에서 현재 1조200억~1조5300억원으로 약 500억~1000억원 감소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8조2131억~12조5152억원에서 7조8220억~11조7330억원으로 줄었다.
밸류 산정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게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기업가치/매출액(EV/Sales)’으로 진행했다. 적자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기업가치/매출액을 기초 지표로 하되 최근 3년간 카카오페이의 매출 성장률과 조정을 거친 비교기업의 성장률 계수를 추가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새롭게 밸류 산정을 진행했지만 주된 밸류 조정은 피어그룹에서 이뤄졌다. 글로벌 결제사업자인 페이팔(PayPal Holdings, Inc.)과 스퀘어(Square, Inc.)를 제외하고 브라질 핀테크기업 스톤코(StoneCo Ltd)와 미국 신용평가 플랫폼 업스타트(Upstart Holdings, Inc.)를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에 적용된 최종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는 37.3배에서 오히려 44.4배로 높아졌다. 매출 산정 방식도 바꿨다. 1분기 매출액을 연환산했던 방식에서 2020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1년간 매출을 기준으로 삼았다. 금감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더욱 세부적 사항을 가다듬은 모습이다.
다만 앞서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았던 선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몸값 하향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는 금감원의 제동 이후 각각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밸류를 2조~3조원 낮춰 공모에 나섰다.
◇빅딜 IPO 경쟁 악재 해소...카카오뱅크 상장 후 플랫폼 가치 부각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공모 시기가 지연됐지만 상대적으로 수급 여건은 더욱 좋아졌다. 앞서 8월 증시 입성을 목표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대어급 IPO와 비슷한 시기에 공모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홀로 주목을 받게 됐다. 일정상 현대중공업과 LG에너지솔루션 등과 공모일정이 겹칠 수 있었지만 적기를 찾은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IPO는 별도의 기간 정정 없이 예정대로 9월3일까지 수요예측을 소화할 계획이다. 8월부터 공모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던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화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거래소의 예심 승인 절차를 넘어서지 못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 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페이에게 호재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31일 8만3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3만9000원) 대비 115.1%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시기에 공모에 나서 함께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지만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에 대해 시장의 우호적 시선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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