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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판결문 뜯어보기]허술한 법망이 낳은 사태, 입법보완 목소리 키웠다③재판부, 현행법 규제 예측 가능성↓…해외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도 거론

이장준 기자공개 2021-09-06 07:16:28

[편집자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DLF 1심 승소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비슷한 당국 징계를 기다리고 있던 금융사들은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내놓은 판결문을 보면 마냥 기뻐할만한 상황이 아닌 듯하다. 74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에는 금융권에 경종을 울리는 다수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더벨은 판결문을 입수해 행간에 들어 있는 의미와 되새겨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2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행정소송 재판부는 이번 판결문을 내놓으면서 내부통제와 관련해 입법 보완 필요성도 제기했다. 금융당국이 법리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행법 자체가 규제 예측 가능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이후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고 죄를 무겁게 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처벌을 통해 사전에 금융사고를 방지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한계 '빠져나갈 구멍 충분'

서울행정법원 제11부(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지난달 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선고와 더불어 제언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법령과 고시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해 예측 가능성과 실효적 규제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달라고 했다. 피고가 아직 판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쟁점에 관해 법리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금융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관련 고시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충실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금융사가 지닌 특수성과도 맞닿아있다. 영리법인인 일반 법인과 달리 공공적 역할이 강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입법 배경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의 지배구조 이슈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임직원의 단기 성과 위주 경영을 용인해 과도한 위험을 인수해 시스템 붕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사의 내부통제는 외부 규제 완화 정도와 비례해서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자율적인 내부통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무엇보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내부통제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충분한 자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규제 범위를 좁히고 자율적인 영역을 만연히 넓히는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할 경우 미흡한 내부통제기준에 관한 사전적인 제재 및 시정의 가능성이 줄어 자칫 금융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물론 내부통제기준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할수록 대규모로 업무가 분화된 금융사의 CEO나 이사들은 민사법적으로 감시의무 이행을 마친 것으로 보게 될 여지는 커진다. 적어도 감시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등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의미다.

동시에 CEO나 고위 임원들에 대한 제반 정보의 통지절차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을 경우 내부통제기준은 마련했으나 위반사항을 몰랐다는 이유로 감시 의무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방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보의 유통과 통지 제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회사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항변이 각종 내부 전결규정을 들어 대표이사 자신은 쟁송에서 제기된 회사 내부의 부당위법행위를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소송 결과는 내부통제상 분명 금융사가 취약점은 어느 정도 있는데 현행법상으로는 CEO에게까지 최종 관리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웠다는 걸 보여준다"며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개정안이 처리돼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관련 3개 안 등 논의, 금융사고 예방·금소보 초점

2019년 DLF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국회에서도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제한하는 안건 등 내용이 다양해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제21대 국회(2020.05.30.~2024.05.29)에 발의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총 10개로 현재 모두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중에서 이번 DLF 관련 재판에서 제기된 내부통제에 관한 개정 내용이 담긴 안은 총 3개다.

우선 지난해 6월 정부가 직접 제안한 안은 내부통제기준 및 위험관리기준 준수 의무를 명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이사, 대표집행임원, 외국금융회사 국내지점의 대표자 및 준법감시인이나 위험관리책임자에게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고, 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 금융위가 해당 임원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라는 게 핵심이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제24조 4항에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 마련 △준수 여부에 대한 충실한 점검 △위반 시 상응하는 내부 징계 등 조치 방안 및 기준의 마련 등 기준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다음 달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건이 올라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보호 대상을 기존 주주, 이해관계자에 금융소비자를 추가했다.

아울러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돼야 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일일이 상술해 구체화했다. 내부통제의 기본방침부터 인력 및 지원조직, 조직구조 및 업무 분장 기준, 위반 시 임직원에 대한 조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 절차 등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내부통제, 위험관리 기준을 위반한 금융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임원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출처=의안정보시스템

작년 말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사 지배구조법과 관련해 안건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제24조 내부통제기준은 그대로 두는 대신 '제24조의2 내부통제기준에 관한 대표이사 등의 업무'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표이사, 대표집행임원, 외국금융회사 국내지점의 대표자 및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인의 업무를 명시했다. 이들은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준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임직원에 대한 징계 등 처리방안도 마련하도록 했고 이행 결과는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내용은 제각각이나 이들 3개 발의안을 종합하면 내부통제에 대한 정의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적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금융사고를 적발했을 때 부여하는 페널티를 가중해 사전 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등 사모펀드 사태로 보상절차가 이뤄지긴 했지만 손실 규모가 금융사가 휘청일 정도로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며 "해외에 비해 국내 CEO들이 사전에 내부통제에 대해 소홀할 수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처럼 엄중하게 과징금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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