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의 4자 연합 탈퇴…독주체제 위한 큰 그림? 국내 점유율 80%, 케이뱅크와 대등한 협상력…업계 "트래블룰 구축 더뎌져" 불만
성상우 기자공개 2021-09-06 07:50:2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0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비트가 업무협약(MOU) 단계까지 간 트래블룰 시스템에서 탈퇴한 배경을 놓고 독주체제를 위한 '큰 그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 뒤에는 케이뱅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역학구도가 자리하고 있다.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가상자산거래소 빅4는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요구에 따른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세워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6월 MOU를 맺을 때도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가 직접 참여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업비트의 돌연 탈퇴로 인해 틀어졌다. 나머지 거래소 3사는 다시 차선책을 구상해야 했다. 그 사이 업비트는 일사천리로 케이뱅크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고 거래소 중 가장 먼저 특금법상 사업자 신고를 마쳤다.
남은 거래소들은 지난달 31일에야 합작사 설립을 결정하고 정식업무 시작을 위한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은 제휴은행과의 이견 탓에 아직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사업자 신고기한인 오는 25일까지 협상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나머지 거래소들은 현재 수조원대 규모의 자금이 거래되고 있는 원화마켓을 폐쇄해야 한다.
업비트는 4자 연합 탈퇴 당시 "일부 사업자의 연대를 통한 공동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지분 참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룰에 대한 거래소들의 공동대응이 카르텔로 비춰져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상자산업계의 시선은 이와 약간 다르다. 4자 연합 유지가 업비트에 유리할 게 없어 업계의 윤리적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독자노선을 택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국의 갑작스러운 규제로 산업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생을 추구하자는 의지를 다졌지만 혼자서라도 실리를 챙기는 쪽이 더 낫다고 계산한 셈이다.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거나 최소 수평적 관계에 있다는 점이 첫 번째 단서다. 업비트는 케이뱅크로선 없어선 안 될 사업 파트너다. 업비트를 통한 송금 수수료는 케이뱅크의 핵심 수익원이며 수신금액 증가와 젊은 층 고객 확보 등 양사 협업을 통해 누린 가상자산 거래시장 호황의 낙수효과가 크다.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사이에 두고 서로 하나씩을 양보해야 하는 구도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는 트래블룰 시스템의 선제적 구축 없이도 케이뱅크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공산이 크다. 4자 연합 구도를 반드시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오히려 4자 연합 구도를 유지하다 동일한 조건에서 NH농협은행이 확인서 발급을 해주지 않을 경우 케이뱅크만 업비트에게 확인서를 발급해줄 명분도 사라진다.
업비트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점유율이 80%를 넘는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굳이 경쟁사와의 협업 없이도 대부분의 거래량을 자사가 구축하는 트래블룰 시스템 속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복안이다.

업비트의 단독 행동으로 나머지 거래소 3곳은 트래블룰 구축이 더 늦어지게 됐다. 업비트의 연합 탈퇴 이후 합작법인 설립 논의를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최종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까지의 과정이 더 길어졌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트래블룰이 국내 거래소들 사이에서 이동하는 가상자산의 모든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결국 모든 거래소를 다 포괄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은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단계에서 결국 업비트와 나머지 3곳의 추가 합의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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