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철수설' 끊이지 않는 까닭은 2017년 사드 사태 판매량 급감 이후 해마다 등장..."중국 포기는 어불성설"
양도웅 기자공개 2021-09-06 07:50:47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1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철수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중국을 외면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회사도 매번 철수설이 제기될 때마다 적극 부인하고 있다.그런데도 잊을 만 하면 철수설이 제기되는 건, 무엇보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마땅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들은 고객들의 시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고, 올들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한 '보복 소비' 수혜도 중국에선 미약했다.
물론 마냥 손 놓고만 있는 건 아니다. 현대차는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를 위한 법인을 상하이에 설립했고 전동화 라인업 확대 계획도 밝혔다. 또한 향후 확대될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법인도 광저우에 그룹 차원에서 세웠다. 중저가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바꿔 재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현대차의 중국 철수설이 다시금 불거졌다. 현지에서 제조와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일부가 귀국한다는 보도에 이어 철수 가능성이 또 제기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승용차 제조와 판매를 하는 현대차 법인은 북경자동차그룹과 지분율 50대50으로 합작한 BHMC(Beijing-Hyundai Motor Company)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7월 초 중국 관련 조직 개편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일부 귀국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중국 사업 철수나 현지화 전략 포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른 정상적인 인력 교체 혹은 배치를 사업 축소 내지 철수와 연결 짓는 건 지나친 넘겨짚기라는 반박이다.
사실 현대차의 중국 철수설은 '연례행사'가 된 면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2016년 하반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거세지면서 2017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1.3% 감소한 뒤 판매량이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이 지긋지긋할 수 있는 중국 철수설이 처음 등장한 시기도 사드 사태로 판매량이 급감한 2017년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한국 유통업체들이 사드 사태 여파로 철수를 결정한 2017년 하반기에 현대차의 철수설이 처음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에 대해 당시 현대차는 판매 부진으로 제1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철수할 수 없다며 부인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차의 이 같은 지속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철수설은 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연례행사가 됐다.
◇ 판매 모델 확대 이어 수출까지···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중국 철수설의 시발점이 판매량 급감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 판매량 증가가 전제되면 철수설도 힘을 잃을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물론 판매량이 30% 이상 떨어졌던 2017년 이후 현대차가 BHMC의 판매량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당장 꼽을 수 있는 건 판매 모델 확대로, 일종의 물량 공세였다.
2016년 BHMC가 제조·판매한 차량은 △ 베르나 △엘란트라 △미스트라 △쏘나타 △ix25 △투싼 △싼타페 등 7종이었다. 2021년 상반기엔 △레이나 △베르나 △셀레스타 △엘란트라 △라페스타 △미스트라 △쏘나타 △KU △엔시노 △ix25 △ix35 △투싼 △싼타페 등 13종으로 확대됐다.
당시 없던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도 라인업에 추가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차량 모델을 늘렸다고만도 볼 수 없다. 중국은 2009년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중국 시장의 특징을 반영한 선택이었다.
2019년부터 BHMC를 통한 수출도 개시했다. 판매량 감소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면도 없지 않았지만, 달리 보면 생산기지로서의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기도 했다. 현대차가 2002년 첫 출자 이후 20년간 BHMC에 투자한 규모는 총 1조5648억원(취득원가 기준)이다.
그 사이 BHMC의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는 2016년 2조2258억원에서 2021년 상반기 말 6025억원으로 72.9% 감소했다. 매년 현대차 국내 본사에 하던 600억~900억원의 배당금 지급도 2018년부터는 중단됐다. 그만큼 판매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 "중국 포기는 어불성설"···고급화·전기차·수소차로 재공략 시동
이처럼 수년째 지속되는 어려움에도 현대차가 BHMC 등을 통한 중국 사업을 접지 못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바로 중국이 지금도, 앞으로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철수설을 반박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중국을 포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어느샌가 중국이 '아픈 손가락'이 됐지만 현대차는 그 사이 기아와 함께 북미와 인도,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 판매량을 확대하며 엄연한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판매량 기준)로 거듭났다.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만 올라온다면 글로벌 톱3 진입도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이는 현대차가 올해를 중국 재공략의 원년으로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재공략 전략은 크게 세 가지이다. △제네시스 론칭 통한 고급화 △전기차 라인업 확대 △수소차 시장 선점이다. 그간 '중저가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생산·판매 전략을 완전히 수정한 것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상하이에 제네시스 판매 법인인 '제네시스 모터 세일즈'를 설립하며 재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출시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의 중국 출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출시해 총 13개의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5년엔 중국 내 수소차 수요가 1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한발 늦었던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이미 현대차는 넥쏘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해당 시장에서 우월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아무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에 지속해서 철수설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현재 우리는 중국에서 '체질 개선'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옛날에는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해 판매량 확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수익성 확보로 전략을 바꿨다"며 "제네시스 출시,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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