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이는 매일유업, '네이버·카카오' 주식투자 나섰다 올 상반기 상장주에 100억 투입, 이익잉여금 축적 자본 수익 극대화
이효범 기자공개 2021-09-13 07:30:37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일유업이 올해 상반기 100억원을 웃도는 상장주식 투자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십억원 규모의 비상장사 투자를 실시하는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유휴자금 관리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양호한 실적으로 자기자본이 불어난 가운데 투자수익을 늘려 자본 효율성 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2021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타법인 출자현황 규모는 487억원에 달한다. 개별 투자법인으로는 네이버, 카카오, KT&G 순으로 장부가액이 가장 크다. 매일유업이 보유한 3개 주식의 장부가액은 126억원에 달한다. 최초취득가액 110억원을 빼면 평가이익은 16억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18억원의 평가이익을 냈지만, KT&G 투자로 2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매일유업은 그동안 상장주식 투자를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비상장 바이오벤처기업인 지아이바이옴에 20억원 투입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외에 펀드나 투자조합 등 비이클(Vehicle)을 활용한 간접투자 방식을 택했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장부가 변동이 거의 없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투자 방식 중 하나다. 상장으로 시장가격이 형성되거나 재평가를 실시하기 전까지 장부가액은 거의 고정된다. 또 사업적 연관성이 큰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간접투자 역시 전문가들이 꾸린 포트폴리오를 통해 분산투자하는 형태라 변동성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와 달리 상장주식은 매일 주가의 등락에 따라 장부상 평가이익과 손실이 발생한다. 영업외이익을 늘릴 수도 있지만 영업외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의 순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1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은 변동성 노출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격적으로 수익을 쌓아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일유업이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2018~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매출액은 매년 성장세다. 영업이익률은 6% 안팎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결기준 순이익을 모두 합산하면 1800억원을 웃돈다. 이는 대부분 이익잉여금으로 쌓이고 있다. 2018년말 897억원이던 잉여금은 작년말 2000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는 2300억원을 넘어섰다.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 뚜렷한 투자계획이 없다면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쌓이는 현금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한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에 100을 곱한 비율이다.
매일유업의 ROE는 2018년 16.81%에서 2019년 15.94%, 2020년 13.1%로 매년 하락세다. 물론 ROE가 10%를 밑도는 경쟁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매일유업 주가 역시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급락한 이후 급격하게 반등하는 듯 했지만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8일 종가기준 주가는 7만4400원이다. 최근 3년간 주가는 2019년 9만7300원을 찍은게 최고점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공격적이 투자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40만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30만원대로 하락했다. 카카오 주가도 12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6월까지만해도 주가는 17만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매일유업의 1주당 매입단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일유업은 2019년 CFO를 교체했다. 오랜기간 매일유업의 안방살림을 책임졌던 고정수 전 재경실장을 대신해 박병두 이사가 CFO로 선임됐다. 그는 올해로 매일유업 CFO 3년차를 맞고 있다. 1970년생으로 매일유업 회계팀, 해외사업부, 구매팀장 등을 거쳤다. 매일유업은 별도의 주식운용 조직을 내부에 설립하지는 않았다. 대신 재무조직에서 자금운용을 실시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상장주식 투자에 대해 "운용수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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