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유럽 명품백 진출 의미 '명성 관리' [IPO 기업분석]현지 공방업체 인수 계획…과거 8년 거래, 급성장 미국에 집중
이경주 기자공개 2021-09-30 07:44:3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8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명품백 ODM(제조자생산개발) 1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하 시몬느)가 기업공개(IPO)에 착수 한 이후 주로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유럽 명품 브랜드와 거래가 없느냐'이다.유럽은 명품백의 본고장이다.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프랑스 루이비통서부터 샤넬, 에르메스 등 하이 프라이스(High Price, 고가) 럭셔리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이른 바 ‘톱티어’들과 거래가 없는데 글로벌 ODM 1위라 할 수 있는지가 질문의 요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다. 시몬느는 2000년대 중반 이미 유명 유럽 브랜드 10여 곳에 상당기간 납품하며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 미국 어포더블(affordable, 합리적) 럭셔리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미국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을 뿐이다.
시몬느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유럽 재진출에 사용하기로 했다. 상장사가 되는 만큼 실익 뿐 아니라 명성관리도 중요해 졌다.
◇105억원 투입, 유럽 현지 공방 인수
시몬느는 증권신고서에 공모자금 중 105억원을 투입해 유럽 공방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미국 브랜드 중심인 고객군을 유럽으로 다변화시키기 위함이다. 유럽 공방이 신규 고객발굴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시몬느는 글로벌 점유율 10%, 북미 시장 점유율이 30%인 글로벌 1위 사업자다. 핵심 고객사는 미국내 명품백 톱 5인 마이클코어스(Michael Kors)와 코치(COACH), 케이트스페이드(Kate Spade), 토리버치(Toryburch),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다. 때문에 전체 매출의 60%가 미국시장에서 발생한다.
명품백 시장은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크게 ‘하이 프라이스’와 ‘어포더블 시장’으로 나뉜다. 미국 마이클코어스 등이 어포더블로 핸드백 가격대가 200달러~1000달러 수준이다. 품격에 가성비를 갖췄다는 점에서 어포더블로 분류한다. 프랑스 루이비통 등이 '하이 프라이스'로 2000달러 이상이다.
한국은 유독 ‘하이 프라이스’ 명품백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지만 미국 등 글로벌적으론 ‘어포더블’ 브랜드가 ‘하이 프라이스’와 대등하게 성장해 있다. 명품백 소비자 국적별 점유율만 봐도 2019년 기준 북남미가 22%로 유럽 17%보다 높다. 유럽은 ‘하이 프라이스’, 미국은 ‘어포더블’ 브랜드 시초격 나라다.
시몬느가 현재 유럽 브랜드와 거래 없이도 글로벌 1위 지위에 있는 이유다. 이번 시몬느 유럽 투자는 하이 프라이스로 매출 다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1~2009년 유럽과 거래…명성관리 위한 선택
다만 실익보단 명성 관리를 위한 ‘상징적’ 투자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시몬느 유럽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몬느는 사업을 미국 브랜드 공급으로 시작했다. 창업주인 박은관 회장이 1987년 단신으로 미국 명품백 시초격 브랜드인 DKNY를 찾아가 똑같이 만든 샘플을 보여주며 물량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시몬느는 미국 신생브랜드 ‘론칭 파트너’ 역할을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2001년 마크제이콥스와 2003년 마이클코어스가 처음으로 내놓는 명품백을 공동제작했다. 시몬느가 샘플 디자인과 소재 개발을 전담하고, 고객사는 브랜드 정체성 수립과 마케팅, 유통을 맡았다.
이들은 유럽 하이 프라이스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가 독립해 만든 브랜드들이었다. 마이클코어스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브랜드인 셀린(CELINE), 마크제이콥스는 같은 LVMH그룹 루이비통 수석디자이너였다.
덕분에 시몬느 명성은 유럽으로도 이어져 결실을 맺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하이 프라이스 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와 지방시(GIVENCHY), 로에베(LOEWE), 셀린(CELINE) 등 11곳과 거래를 했다.
다만 유럽 브랜드와 거래는 장단점이 분명했다. 장점은 톱티어와 거래가 주는 명성이었다. 단점은 제품이 히트를 쳐도 ODM 업체는 무대 뒤에 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급 이미지를 생명으로 하는 하이 프라이스 브랜드인 만큼 생산지가 아시아라는 것이 알려지면 안됐다.
같은 의미에서 유럽 브랜드들은 ODM업체에게 론칭 파트너 역할을 주지 않았다. 명품백의 일부(컴퍼넌트)만 발주를 냈다. 결과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았다. 반면 미국 고객사들은 어포더블 시장 급성장으로 시몬느 역할을 더 필요로 했다.
이에 시몬느는 ‘미국’에 올인 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미국 고객사 물량 대응을 위해 베트남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이는 확실한 실익을 가져다 줬다. 2016년부터 연간 매출 1조원, 순이익 1000억원 내외를 기록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IB업계 관계자는 “시몬느는 ODM업체로서 실적(미국 거래)과 명성(유럽 거래)을 모두 입증해 왔다”며 “이번 유럽 재진출은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명성관리 측면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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