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공모채 완판, 금리·규모 다 잡았다 [Deal story]모집액 1.5배 수요…포스트 코로나 '기대감'
오찬미 기자공개 2021-10-01 08:48:2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올해 두번째 공모채 발행에서도 완판을 거뒀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선별적으로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투자 심리가 강하게 유지됐다. 2000억원 모집에 총 3220억원의 주문을 받아 오버부킹을 달성할 수 있었다.국고채 대비 대한항공의 개별민평 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며 투심을 북돋았다. 올해 대한항공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다 포스트(POST) 코로나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쌓인 점도 투심을 뒷받침했다.
◇3220억 수요 확보, 선별적 투자 분위기 속 '선방'
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8일 공모채 2000억원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5배에 달하는 주문을 채웠다. 모집액은 트렌치별로 각각 2년물 1400억원, 3년물 600억원이다. 2년물에는 1680억원, 3년물에는 1540억원의 신청이 접수됐다.
이번 딜은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 6곳의 증권사가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다. 한국산업은행과 하이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주관사단이 수요예측에 앞서 최대한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희망 금리대 파악에 나섰다. 고정금리 카드 대신 희망금리밴드를 설정키로 한 이유다.
올해 대한항공의 딜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도 고금리 영향이 컸다. 국고채 대비 개별민평 금리 스프레드가 1.863~2.278%p 까지 벌어지자 관심을 받았다. 최근 국고채 대비 BBB+등급민평 스프레드는 3.326~3.913%p 수준을 보였다. 대한항공의 2년물은 3.29%, 3년물은 3.843% 수준에 형성돼 있다.
3년물의 경우 4%대 가까이에 개별 민평 금리가 형성돼 상대적 투자 메리트가 더해졌다. 대한항공은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2년물은 개별 민평보다 20bp 높여 설정하고 3년물은 15bp 높여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유인책을 제시했다.
투심이 쌓이자 대한항공도 금리를 스프레드 밑으로 축소하는 효과를 봤다. 모집액 기준 2년물은 개별민평금리와 동일한 수준에서 주문이 마감됐고, 3년물에서는 25bp나 낮게 금리가 마감됐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2500억원까지 증액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렌치별 증액 규모에 따라 금리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시장에서 선별적 투자로 조달 분위기가 꺾인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같은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곳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시장분위기가 한풀 꺾였는데 모집액을 채우며 잘 마무리했다"며 "최근 시장에서 투자가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에 대한 인기는 꾸준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 기대감…재무개선·등급 방어 호재
수요예측에 앞서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 기대치를 웃돈 성과가 나온 점도 긍정적 기류를 형성했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항공운송사업(항공우주 부문 제외)의 매출은 3조521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275억원) 대비 5.5% 감소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국내선 여객과 국제선 여객 부문 매출이 3726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1조4867억원) 대비 74.9% 감소했다. 하지만 화물 부문 매출이 2조863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735억원) 대비 52.9% 증가해 실적을 방어했다.
올 상반기 총 매출액은 2020년 상반기(4조1023억원)와 비교해서도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화물 부문의 매출액만 두고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간 매출 2조6000억원 보다 높다.
전체 영업이익은 2951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233억원) 대비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올 상반기 순이익도 6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 6195억원을 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반등했다.
화물 사업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실적 하방 압력을 견디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아직 한신평과 나신평 등 신용평가사 2곳은 BBB+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안정적' 등급 전망을 획득하며 등급 변동 불확실성에서 벗어났다.
올 3분기에도 누적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50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이후에는 미주와 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여객기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2024년을 기점으로 매출과 영업실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개선 효과도 가시화됐다. 올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1조8000억원)을 크게 초과하는 3조3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이 확충돼 차입금 규모가 축소됐다. 상반기 순차입금은 10조4000억원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대비 4조3000억원 가량이 줄었다.
실질적 차입 성격의 신종자본증권과 계열사 지급보증을 포함한 조정순차입금도 11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2019년말 대비 5조원 이상 감소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역시 306.74%로 2020년말 660.63% 대비 353.89%p나 줄었다.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 매각을 연내 마무리 할 것으로 예고돼 재무구조는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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