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의 용단?…케이카 공모가 대폭 낮췄다 밴드하단보다 27% 낮춰, 수요예측 결과 수용…시장친화적 가격 상장
이경주 기자공개 2021-10-01 08:47:0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1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중고차 1위인 케이카가 최근 진행한 기업공개(IPO) 기관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모회사인 한앤컴퍼니는 시장 평가를 수용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도 크게 낮춰 상장을 강행하기로 했다.국내 기관들의 보수적 평가와 최근 글로벌 증시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케이카는 국내 중고차 IPO 1호 사례다. 국내 기관에겐 생소해 기대했던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 해외기관들은 미국에 상장한 온라인 중고차 업체 카바나로 잭팟을 터뜨린 기억이 있어 케이카 베팅에도 적극적이었다.
◇경쟁률 40대 1…국내는 밴드 하단, 해외는 상단 베팅
케이카는 29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최근 진행(9월 13~28일)한 기관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했다. 기관을 대상으로 총 740만5327주를 공모했는데 2억9619만2968주가 신청돼 경쟁률 40대 1을 기록했다. 올해 빅딜들이 수백대일에서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기관들은 공모가도 상당수 희망밴드 하단에 베팅했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4300~4만3200원이다. 상단(4만3200원) 이상에 신청된 물량은 전체의 48.1%였다. 반면 하단(3만4300원) 미만도 38.8%로 적지 않았다. 중간지대인 '하단 이상 상단 미만' 구간은 12.3%였다. 밸류에 대해 보수적 평가가 이뤄진 셈이다.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밸류는 1조6593억~2조773억원, 공모액은 5772억~7270억원이었다.
국내와 해외 기관의 시각이 크게 엇갈린 것이 원인이었다. 공모가를 낮게 베팅한 기관들은 대다수 국내였다. 국내 기관은 신청물량 기준 63%가 ‘희망밴드 하위 75% 미만~100% 이상’과 ‘밴드 하단 미만’ 구간에 베팅했다. 반면 해외 기관은 높은 가격을 선호했다. 해외 기관들은 ‘밴드 상위 75% 초과~100% 이하’ 구간에 신청물량의 92%가 쏠렸다.
중고차기업 투자에 대한 경험차에 기인한 결과라는 평가다. 케이카에 딜에 참여한 해외 대형기관들은 카바나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바나는 미국 온라인 중고차 1위 기업이다.
카바나는 2017년 4월 27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상장일 주가가 11.1달러였다. 4년여가 지난 이달 28일 종가는 305.78달러로 무려 27배나 올라있다. 최근 1년 주가상승률도 200%가 넘는다.
초창기 뿐 아니라 1년전에만 투자했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 상장사다. 이에 해외기관들은 제2의 카바나를 다른나라에서 물색해왔고 국내에선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케이카를 주목했다. 케이카 온라인시장 점유율은 80%대다.
반면 국내 기관들은 케이카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악재로 국내 증시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8월 3300대에 가까워졌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29일 3060.27로 떨어져 있다. 중국 헝다그룹발 금융위기 우려와 미국 긴축정책 가능성 등이 겹친 영향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케이카의 성장성과 경쟁력엔 공감하지만 국내에 상장 사례가 없어 국내기관이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 침체와 더불어 올 하반기 국내 상장 기업들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사례가 다수 나온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공모가 낮춰 완주…구주매출도 줄여
케이카 모회사인 한앤컴퍼니는 결과를 수용해 공모가를 시장친화적으로 낮춰 완주하기로 결정했다. 공모가를 2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희망밴드 하단(3만4300원)보다 27% 저렴한 가격이다.
공모주식수도 줄이기로 했다. 한앤컴퍼니 구주매출분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본래 공모구조는 신주모집 120만2164주(비중 7.1%)와 구주매출 1562만8124(92.9%)주로 총 1683만288주를 공모하기로 했다.
이번 정정을 통해 구주매출 주식을 기존보다 21% 적은 1226만2067주(91.1%)로 줄였다. 신주모집 규모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주식수도 1346만4231주로 감소했으며 전체 공모액도 3366억원으로 줄게 됐다.
덕분에 케이카 공모가는 해외 기관은 물론 국내기관들에게도 시장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케이카는 업계 1위 사업자인데다 온라인(이커머스) 사업 중심으로 고공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는 크다”며 “이번 공모가 조정으로 상장 후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업계 리더 지위를 공고히 하며 성장 스토리를 써 나갈 것”이라며 “상장 이후에 준비했던 사업들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주가는 기업 본연의 가치에 맞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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