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종합유선방송(MSO)업체 HCN 매각이 마무리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당국의 승인을 거쳐 잔금납입까지 끝나면서 1년여 넘게 이어진 작업이 최종 완료됐다.현대백화점에게 HCN 매각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난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많았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여러 크고 작은 인수 딜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많았다.
M&A는 기업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일상적인 행위의 하나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떼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물며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전통 유통업체인 현대백화점에게 HCN 매각은 상당히 어려운 고차방정식임에 분명했다.
사실 통신이 방송의 영역을 잠식해 버린 현재 유선방송 시장의 상황만 아니었다면 HCN을 매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에 가까웠던 IPTV 활성화로 인해 속절없이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던 MSO 입장에서는 등떠밀리듯 매각되는 상황이 개탄스럽기까지 했을 법 하다. 90년대 중반 국민 난시청 해소와 다양한 콘텐츠 제공에 앞장섰던 유선방송의 역사는 그렇게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HCN을 팔기로 결정했지만 현대백화점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 과정에서 원매자인 대형 통신사들은 이미 MSO를 하나씩 가져간 상태였다. CJ헬로(현 LG헬로비전)는 LG유플러스, 티브로드는 SK텔레콤이 각각 인수를 하면서 HCN을 인수할 의지나 명분이 사라졌다.
경쟁 매물도 많았다.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딜라이브는 매각이 시급했고 충청권역을 기반으로 한 CMB 역시 오너가 매각을 결정하면서 비슷한 시기 MSO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현대백화점이 딜의 헤게모니를 쥐기 어려웠던 셈이다.
이처럼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만약 가격 욕심을 부리거나 좀 더 유리한 조건에 매각하기 위해 몽니를 부렸다면 십중팔구 딜은 깨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간단치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딜이 완성된 것은 HCN에게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구심점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미룰 수도, 거스를 수도 없었던 큰 숙제를 끝마친 현대백화점그룹에 박수를.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M&A 딜에서 더욱 돋보이는 활약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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