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불성실공시법인 점검]'15점만 피해라' 공시에 떨고 있는 기업들①전체 104곳 중 22%가 제약바이오…신약 실패 등 구조적 한계 불구 투명성 제고 과제
임정요 기자공개 2021-11-03 09:27:49
[편집자주]
제약바이오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가장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신약개발사를 중심으로 R&D 실패 사례가 많다는 점 등이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부 기업은 고의적으로 공시를 지연하거나 번복해 주가에 영향을 끼치려는 경우도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벌점을 받아 감경 대책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 더벨은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및 대응 현황 등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5점만 피해라.'국내 거래소 상장사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시점부터 역산해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이면 상장적격심사 대상이 된다.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기준점이다. 업종 특성상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불성실공시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벌점 제도는 투자자들에겐 경고를 주는 제도이자 상장 기업들에겐 공시 관리를 하도록 강제하는 주요 유인책이다. 하지만 벌금으로 이를 회피할 수도 있어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시 위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28일 기준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23곳이다. 전체 104곳 중 22%에 해당한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면서도 투자자들에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불성실공시 제도를 좀 더 정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벨 조사 결과 최근 1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23곳은 이미 거래정지 된 곳, 15점에 가까워 위태로운 곳, 벌금을 지불해 벌점부과를 피한 곳, 감경 사유를 인정 받은 곳으로 분류된다.
디엔에이링크의 경우 13점 누계벌점을 받은 상태다. 15점 벌점을 목전에 두고 있어 자칫하면 상장적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 5월 21일 판매계약이 3건 해지되며 공시번복 사유로 10점 벌점을 부과받았다. 거래소가 사안의 중대성을 크다고 판단해 디엔에이링크는 1점 당 400만원의 벌금도 냈다. 총 4000만원의 벌금이 추가부과됐지만 벌점도 감형되지 않았다.
지난 9월엔 매출액 30% 이상 변동을 미공시해 공시불이행으로 3점 벌점을 받았다. 디엔에이링크는 1분기 영업손실이 약 14억원으로 전년동기 10억원 영업손실 대비 27% 가량 악화됐다. 해당 사실을 미공시한 사유로 9월에 뒤늦게 벌점 대상이 됐다. 디엔에이링크는 합산 13점인 벌점에 내년 5월까지 추가로 벌점 공시가 매겨지면 15점을 초과한다.
제넨바이오의 경우 최종공시된 누계 벌점은 12점이다. 하지만 작년 9월에 부과받은 4.5점 벌점에 대한 1년 기간이 지났다. 때문에 올 2월 4일 부과받은 7.5점으로 2022년 2월 4일까지 4개월만 버티면 0점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4개월 안에 누계벌점 8점을 넘을 시 1일 거래정지와 함께 2주일 간 증권시장 시세표에 불성실공시법인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 불성실공시법인은 벌점으로 해소하는 경우도 있다. 1점당 400만원의 공시위반제재금으로 대체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벌점은 0점이 되며 1년 역산에도 자연히 미포함 된다.
유바이오로직스, 오스템임플란트, 오스코텍, 메디톡스, 피씨엘, 크리스탈지노믹스, 레이, 안트로젠 등이 이에 해당한다. 2점~3점 남짓의 벌점을 받았지만 1000만원~2000만원대의 벌금을 지불하며 '클린 레코드'를 받았다. 마이너한 위반이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각사별로 사정은 다르다.
부광약품, 신신제약, 일성신약의 경우 판매계약 정정, 유형자산 취득결정 지연공시 등의 사유로 1점~2점의 경미한 벌점을 부과 받았다. 듀켐바이오, 한국콜마, 씨티씨바이오, 메디포스트는 공시번복 및 공시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지만 감경사유로 지정을 피했다. 벌점 부과도 없었다.
불성실공시법인 제도는 사안마다 심의를 거쳐 벌점과 벌금의 정도를 결정한다. 명문화된 벌점 기준은 없다. 벌금을 지불할 시 페널티를 피해갈 수 있는 점과 1년이란 기간 제한의 허점도 지적된다. 일각에선 벌금이 낮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불가피한 공시 위반에 대해선 더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거래소 담당자는 "벌점과 벌금은 주식시장에 끼친 영향의 중대성과 고의성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있어서는 안되는 불량한 사건 발생 시 거래소는 (1년이 경과하기 전으로) 심의를 서두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누계벌점 자체보다 각 기업이 어떤 사유로 벌점을 받았는지 살피는 것이 일종의 '옥석 가리기' 지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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