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라운지]초고가 악기, 투자대상 넘어 '슈퍼리치' 리그 입장권국내 악기경매, 2018년 첫 걸음…케이옥션·서울옥션 통해 거래
허인혜 기자공개 2021-11-09 07:11:29
[편집자주]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와 문화 생활에도 트렌드가 있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투자 상품 뿐 아니라 문화 생활에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PB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금융회사들은 이들만을 위한 채널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사, 그리고 투자동향과 문화생활에 대해 더벨이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악기 경매는 걸음마 단계다. 그런데도 스트라디바리와 아마티, 괴르네리 등 고악기가 경매에 오르면 큰 화제가 된다.악기 경매가 단순한 대체투자 수단을 넘어 명예로운 투자라는 인식 때문이다. 글로벌 슈퍼리치들과 교류할 수 있는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도 자산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국내 악기경매, 2018년 첫 걸음…케이옥션, 프리미엄 경매에 정기 출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악기가 메이저 경매 소식통에 오르내린 것은 2018년이다. 서울옥션이 창립 20주년과 경매 150회를 기념해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1644~1737)의 바이올린을 소개하기로 했다. 1692년 제작한 '팰머스(Falmouth)'다.
경매 시작가만 70억원이던 이 바이올린은 경매 직전 출품이 무산됐다. 첫 고악기 경매에 국내외 관심이 크게 쏠리자 부담을 느낀 미국인 소유자가 돌연 출품계획을 취소했다. 아쉽게 경매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악기 경매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케이옥션은 그보다 앞선 2018년 3월 고악기 경매 시장 진출을 알렸다.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오노레 데라지(Honore Derazey)의 바이올린으로 물꼬를 텄다. 케이옥션은 최근까지도 프리미엄 경매와 메이저 경매 등을 통해 고악기를 경매에 부치고 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으로 알려진 '피에트로 안토니오 달라 코스타(1756년 제작)'가 시작가 3억원에, 밀라노의 현악기 제작자 첼레스테 파로티의 '첼로'가 시작가 2억5000만원 등에 출품됐다. 지난달 말 열린 10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서도 여러 고가 악기가 경매에 올랐다. 가격이 높은 데다 아직까지 수집가가 많지 않아 유찰되는 경우도 잦다.
케이옥션은 정기 경매를 통한 악기 경매 외에도 '케이옥션앤스트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급 현악기의 판매와 구매, 경매 등의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케이옥션앤스트링에서는 현악기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크레모나(Cremona, Italia) 국립제작학교 출신의 전문가로부터 악기의 복원, 수리, 케어 서비스도 지원한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 '슈퍼리치' 네트워크 등용문
초고가 악기 투자가 자산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다른 요소는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다. 이 단체는 악기 소장자와 연주자를 연결해주는 글로벌 단체다. 악기는 유일무이하게 빌려주기 위한 수집품으로 통한다. 악기 수집가가 곧 연주가가 아니라면 악기를 보관하기보다 좋은 연주자에게 임대해주곤 한다. 임대료도 받지 않는다.
억대 악기를 무료로 빌려주는 이유는 명성과 악기가치 상승이다. 고악기는 제작자와 그동안의 소장 이력, 문헌 등을 소상히 기록한다. 제작자와 소장자뿐 아니라 누가 연주했는지도 가치 책정에 주요한 요소다. 수집가로서는 명악기의 가치를 세계의 청중들과 나눈다는 명예와 악기가치 상승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는 악기 수집가와 연주자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다. 미국의 명품 악기상인 '바인앤드푸시(Bein&Fushi)'의 설립자가 1985년 만든 모임으로 고가 악기 소유주와 연주자의 만남을 주선한다. 스트라디바리와 아마티, 괴르네리 등 세계 3대 현악기 명가의 악기 후원이 이뤄진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의 또 다른 가치는 '슈퍼리치'들과의 네트워크다. 악기 후원을 받은 연주자들은 매년 후원자를 위한 콘서트를 연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는 홈페이지에서 후원자의 명단을 기재하고 있다. 대부분 익명이지만 해외에 재단·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한 거부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가입 허들이 만만치 않아 아직까지 국내에서 개인 가입자가 알려지지는 않았다. 삼성문화재단도 소속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악기은행'이다. 1993년부터 재단 차원에서 명품 고악기를 구입해 젊은 연주자에게 지원해 왔다. 바이올린 몬타냐냐(Montagnana, 1740년 제작)와 첼로 마치니(Maggini, 1600년 제작) 등이 새 연주자를 찾았다.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권혁주, 클라라 주미 강, 첼리스트 김민지,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금호악기은행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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