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로고' 오해받던 기아, 탄소배출 감축 '한발 더' 2035년 유럽·2045년 글로벌 완전 전동화 예고, '지속가능성' 초점
유수진 기자공개 2021-11-16 07:41:51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옛 기아자동차)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소위 '굴뚝 로고(사진)'라 불리는 엠블럼을 사용했다. 영문 Kia의 'K'를 이루는 물결이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같다며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이건 '연기' 아닌 '깃발'을 상징한다. 굴뚝산업의 대표 격인 자동차 제조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로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산 셈이다.그랬던 기아가 달라졌다. 올 초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제조업 탈피를 외치더니 탄소중립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자동차 제조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에 도전장을 내밀었듯 탄소배출 감축과 상쇄를 넘어 그 이상을 지향하겠다는 각오다. 현대자동차보다 사실상 한발 더 나가 완전 전동화까지 선언하고 나선 모양새다.
기아는 11일 온라인으로 'Kia Sustainability Movement' 행사를 개최하고 '2045년 탄소중립' 목표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밝혔다. 지난 9월 제네시스, 현대차의 전략 발표 이후 두 달 여 만이다. 기아를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브랜드별 탄소중립 및 전동화 전략 발표를 모두 마무리했다.
공개된 내용은 지난 9월 현대차의 발표와 대동소이했다. 2035년 유럽을 시작으로 2040년 주요 시장에서 전동화 모델만 판매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는 각 시장별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법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란 점을 반영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브랜드별로 세부 각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아는 현대차가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시장에서의 '100% 전동화'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현재 전세계를 대상으로 차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처럼 특정 시점 이후 무조건 친환경차만 판매해야 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에선 앞으로도 한동안 내연기관차를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굳이 특정 시장을 포기하면서 전동화에 온 힘을 쏟을 필요는 없다.
다만 송호성 사장이 대략적인 힌트를 줬다. 그는 "궁극적으로 2045년에는 전세계에서 기아의 전기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때쯤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을 거란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차보다 좀 더 선명한 전략을 내놨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기아의 궁극적 목표는 2045년 탄소중립이다. 이를 위해 차량 운행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줄이는 데 가장 포커스를 맞춰 계획을 짰다. 자동차산업은 생산과 사용, 폐기 등 가치사슬 전 단계에서 탄소가 배출되지만 차량 운행 단계에서의 배출 비중이 가장 크다.
각 브랜드의 전략을 종합하면 제네시스(2035년)의 탄소중립 목표가 시기적으로 가장 빠르고 현대차와 기아(2045년)가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이다. 앞서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2025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신차를 출시하고 5년 뒤 내연기관차 생산 자체를 멈춘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턴 전동화 모델로만 라인업을 꾸린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건 기아가 이번 비전 발표에서 탄소배출 감축과 상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고 상쇄하는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취지로 계획 중인 건 '블루카본 프로젝트'라 불리는 해양 생태계 복원 사업이다. 해초나 갯벌 등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조성해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본업인 자동차 제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진 않지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에선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과 손잡과 자원순환체계 구축에 나선다. 강과 바다를 청소하는 것을 넘어 수거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완성차 생산에 재활용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완성차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률을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내놨다.
이는 연초 사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한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올 1월 기아는 제조업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며 기존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떼어냈다. 고객과 사회에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포부였다.
당시 기아는 "오늘날 고객들은 더 유연하고 친환경적이며 통합된 형태의 모빌리티 경험을 원한다"며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과 전략을 바탕으로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의 확장을 통해 변화하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고 모빌리티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긍정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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